불타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이미지출처:인터넷)


싫다 싫다

더 이상은 못 견딘다

이젠 그만 물러가라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게 하는

너와는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일주일이 넘게

이토록 폭염을 퍼부어

나를 괴롭힐 줄 몰랐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갈 생각을 하지 않는 너는

언제 가려고 꼼짝도 하지 않느냐

겨우내 네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이렇게 뜨거울 줄 나는 몰랐다

우리가 지구를 더럽혔지만

이렇게 뜨거우면 우리는 못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하실에서

시멘트 바닥에 누워서 있어도

금방 더워지는 이 열을

빨리 식혀주지 않으면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

어서 바람이나 비를 불러서

지구의 열을 식혀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이 무서운 더위를

데리고 다시는 오지 말아라

멀리 가서 오지 말고 겨울을 보내라

여름이 그립다고 했더니

와서 안 가면 우리는 어찌 살라고

계속 있는지 모르겠다

땀이 주르르 흐른다

뜨겁다. 세상이 펄펄 끓어

터질 것처럼 뜨겁다

사람 사는 곳이 지옥 불처럼

뜨거워서 견딜 수 없다

하늘에서 비가 와서

목마른 대지에 물을 주면 좋겠다

나무도 풀도 사람도

너무 더워서 축 늘어졌다

비가 필요하다

온몸을 적시고

세상을 적시고

지구를 식히는 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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