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깍깍댄다. 비가 오기 전에도 비가 온 뒤에도 나무 꼭대기에 앉아 시끄럽게 짖어댄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은 끝났다. 간밤에 비가 살짝 지나가고 지구는 식어 온도가 내려갔다. 매일 영상 40도 가까이 되던 온도가 영상 20도 아래로 쑥 내려갔다. 뜨거운 해는 사람들의 원성이 너무 높아 어디론가 가버렸다. 하늘엔 구름이 꽉 차 있고 바람이 분다. 더워서 못살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쏙 들어가고 춥다는 말이 나온다. 변덕 많은 하늘의 마음을 알 수 없다. 그토록 괴롭히던 무서운 폭염이 간다는 말도 없이 냉정하게 돌아섰다. '서운하지 않고 야속하지 않다. 갈 테면 가라. 다시는 오지 말아라'라고 말하고 싶은데 막상 가버리니 내가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생각난다. 조금 참을걸 미워하지 말고 싫다고 하지 말고 그냥 있게 할걸 그랬나 벌써 후회가 된다.
아직 남은 여름이지만 그대로 가면 보고 싶을 것 같다. 인간의 간사한 마음이다. 언제는 기다리고 보고 싶다고 하더니 막상 와서 며칠 괴롭혔다고 '가라 가라 멀리 가라' 하며 싫어하고 가니까 서운하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마음이다. 한마디로 웃긴다. 어제만 해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던 여름인데 간지 하루도 안됐는데 벌써 어디 갔느냐고 찾는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고 다시 올 텐데 벌써 그리워진다. 기다리던 봄이 소리 없이 왔다 가고 간신히 찾아온 여름이 조금 덥다고 난리를 친 생각을 하면 인간의 마음이 참 가소롭다. 조금 좋으면 헤헤대고 조금 괴로우면 펄펄 뛰며 싫다고 도망간다. 앞으로 며칠간 비가 온다고 한다. 100년 만에 온 살인적인 폭염으로 B.C. 주와 앨버타주에서 500여 명이 넘는 사망자가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더우면 사람들이 사망할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추운 나라라서 여름도 있는 둥 마는 둥 왔다 가고 며칠 잠깐 뜨겁다가 마는 여름이다. 보통 가정에는 에어컨은 없고 너무 더운 날은 선풍기를 한두 번 키면 여름이 가는데 올해는 기록적인 더위로 사람들이 특히나 노인들이 견디기 힘들었다. 백여 년 만에 찾아온 더위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온 지구가 이상기온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맞아야 하는 더위인 것 같다. 그동안 더위에 지친 지구가 기운을 차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잔디가 누렇게 타고 나무들은 축 늘어졌었는데 앞으로 며칠 동안 비가 오면 다시 파란 옷을 입을 것이다. 메마른 대지가 목을 축이고 사람들도 너무 더워서 잃었던 식욕을 되찾으면 된다.
해마다 이상고온으로 더운 날이 계속되면 토네이도가 오는데 올해는 오지 말고 조용히 지나갔으면 한다. 자연이 하는 일을 알 수 없기에 그저 당하면서 살아야 했던 옛날보다는 기상청 예보를 미리 알고 살 수 있어 훨씬 좋은 현대다. 예상을 알 수 있어 미리 준비하고 피한다 해도 피할 수 없는 경우 도 있다. 아침 내내 새들이 시끌시끌 떠든다. 더운 날씨에 새들 마시라고 떠 놓은 물을 열심히 찾아와 마셨는데 비가 오니 신이 나나 보다.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해는 어디론가 몸을 숨겼다. 찾을 수 없고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것이다. 비가 필요한 곳에 비를 내려주고 해가 필요한 곳에 해를 비출 것이다. 더위가 오고 추위가 오는 것을 인간은 피하고 막을 수 없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다. 과학과 의학이 제 아무리 발달해도 유행병을 막을 수 없고 천재지변을 피할 수 없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인간은 불평한다. 너무 조용해도 너무 소란해도 불만이다. 인간이 희로애락으로 즐거워하며 슬퍼하고 애타듯이 자연 또한 마찬가지다. 소나기가 오고 폭설이 쏟아지고 토네이도가 오고 지진이 난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는 말처럼 자연 또한 그대로 두어야 피해가 없다. 매사에 징징거리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을 자연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성장하는 것을 원하기에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게 된다. 원시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자연의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늘을 보자.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구름이 몰려오고 맑은 하늘을 보여주며 오락가락하며 매 순간 바뀐다.
바다를 보자.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파도가 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어류가 어우러져 산다. 그들에게도 아픔이 있고 평화가 있어 죽고 죽이며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하며 종족을 지킨다. 인간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모자라도 참고 살아야 하는 것도 같다. 동물의 세계도 사랑과 이별이 있고 눈물과 회한이 있다.
세상은 고통과 눈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 것처럼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추운 겨울을 넘겨야 아름다운 봄을 맞아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며칠 조금 뜨겁다고 엄살 부리고 짜증 내며 더위가 원망스러웠는데 이렇게 한줄기 내린 비로 그 뜨겁던 더위는 물러 갔다. 날씨가 선선해 지니까 내 마음도 많이 누그러졌다. 더위가 다시 찾아온다면 구박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