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나 가까운 교외로 길을 나섰다. 특별히 볼일은 없지만 조용한 시골길을 향해 간다. 매일 같은 일상에서 작은 변화가 필요할 때 이렇게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가면 기분이 새로워진다. 겸사겸사 바람도 쐬고 유채꽃도 구경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불과 5분 정도 차로 달렸는데 집도 빌딩도 없는 넓은 들판과 함께 도시를 벗어난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전원주택을 크고 멋지게 지어놓고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살아간다. 마당에는 여러 가지의 커다란 농기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고 곡식창고가 몇 개씩 놓여있다. 파란 들판을 지나고 저 멀리 유채 밭이 보인다. 유채꽃이 샛노랗게 피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도변함없이 유채꽃이만발했다.
창조주는 기가 막힌 화가임에 틀림없다. 어찌 저리도 세상을 노랗게 물을 들여놓았을까 감탄에 감탄을 한다. 노란 물감으로 들판을 노랗게 물을 들였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한없이 간다. 유채밭과 밀밭이 가뭄과 폭염을 이겨내며 씩씩하게 버티며 넓은 들판을 묵묵히 지킨다. 색이 너무 고와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마땅한 곳이 있으면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싶은데 고속도로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단 눈호강이나 실컷 하며 앞으로 계속 간다. 매년 보는 유채꽃인데 볼 때마다 새롭다. 제주도 관광 홍보로 많이 보는 유채꽃인데 이곳은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이맘때면 눈에 노란 물감이 들 정도로 유채밭이 많다. 말들이 들판에서 평화롭게 서서 풀을 먹고 건초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짧은 여름 한철 농부들은 추운 겨울에 동물들에게 먹이기 위해 부지런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쭉 뻗은 길을 가다 자갈길로 들어가서 유채밭 앞에서 사진을 찍고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본다. 멀리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을 뿐 끝없는 들판이다. 개인의 땅이니 접근하지 말라는 팻말이 눈에 띄어 오던 길을 돌아 나가 다시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간다. 잠깐 피고 지는 유채꽃은 며칠 지나면 다 지고 말기 때문에 눈에 많이 담아 놓아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밥그릇 싸움과 땅따먹기 싸움으로 혈안이 되어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다치는 현실이다. 눈물과 고통이 범벅이 되어 힘없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스러져가도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때가 되면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으면 거두면서 자연을 따라 살면 되는데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은 혼자만의 성을 쌓기에 바쁘다.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들판을 지나 작은 마을을 지나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도시였는데 못 본 사이에 몰라보게 커졌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커다란 빌딩이 여기저기 서 있다. 주민들의 편리를 위해 커다란 쇼핑센터가 생기고 차들이 바쁘게 오락가락한다. 그 옛날의 모습이 아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집을 짓고 상가가 생기며 사람이 살기 좋게 만들어야 지역 경제가 살기 때문에 앞을 다투며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디를 가도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사람들이 굳이 큰 도시를 가지 않아도 모든 것들을 즐기며 생활할 수 있어 큰 도시나 다름이 없다. 많은 차들을 따라가다 보니 커다란 교회가 나온다. 오래전에 지은 성당인데 정말 멋지게 잘 지었다.
앞뒤로 잘 다듬어져 있고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은 성당이 꽤 운치 있어 보인다.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 동네의 다운 타운을 지나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내를 향해 간다. 어디에 있던 차들인지 길에는 셀 수 없는 차들이 간다. 불과 40분 동안의 교외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한가로운 시골의 환경에 적응이 되었는지 벌써 시내가 너무 복잡함을 느끼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동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정답다. 32년 동안 한 집에서 살다 보니 모든 게 가깝고 편리하여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병원, 학교, 쇼핑센터, 공원, 도서관, 치과와 여러 전문의들과 검사실이 있다. 몇 년 동안 공사하는 전철공사가 올해 말에 끝나면 전철까지 연결되어 다운 타운까지 고속으로 달려갈 수 있다. 차들이 급하게 오고 가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에 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편안한 차 안에 앉아서 에어컨을 틀고 눈호강을 한 외출로 세상이 달라 보인다.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드라이브지만 오늘은 노란 유채꽃을 보았더니 들판에 하늘대는 유채꽃처럼 마음이 춤을 춘다. 음식에 간을 하며 맛있게 요리하듯 인생 또한 맛있게 요리하며 즐겁게 산다.어차피 인생은 살아가는 요리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지루하고 힘든 여행일 수도 있고 재미있고 멋진 추억일 수도 있다. 기왕이면 저 푸른 들판에 활짝 피어 세상을 밝히는 노란색의 유채꽃처럼 세상을 밝게 살고 싶다. 변화가 없다고 이불 쓰고 잠만 잘 수 없다.
매일매일 뜨는 해도 날마다 다르다.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하고 검은색과 노란색이 겹쳐져 새롭게 세상을 비춘다. 구름 속에 숨기도 하고 구름 밖에서 뜨겁게 세상을 비추기도 한다. 삶은 살아가는 사람이 요리해야 한다. 뜨겁고 진하게, 달콤 새콤하게 자꾸만 먹고 싶어 지는 맛있는 음식처럼 오늘도 나는 자꾸만 살고 싶어 지는 인생을 만들어본다. 들판에 유채꽃이 피었듯이 내 마음에도 내 눈에도 유채꽃이 활짝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