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선물을 잔뜩 받았다. 옷도 아니고 신발도 아니고 먹는 음식을 선물로 받았다. 뜨거운 여름에 시원한 국수를 말아먹을 수 있는 갓으로 만든 물김치 한통, 마늘장아찌 한통, 그리고 아욱 한 봉지와 마늘종 한 봉지를 커다란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왔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며 애지중지 기른 싱싱하고 귀한 야채를 한 아름 받고 보니 친정에 가면 뭐라도 주고 싶어 하시던 엄마가 생각난다. 세월이 좋아져서 없는 것 없이 잘 사는 딸인데도 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꺼내 놓으시던 엄마 대신에 나를 챙겨주는 지인이 있다. 김치 떨어질 때가 되면 용케 알고 김치를 담아 보내 주고 맛있는 것이나 좋은 것이 있으면 늘 잊지 않고 가져다준다.
아욱은 된장국을 끓여 먹었고 갓 김치는 국수를 말아먹었고 마늘종이 남았다. 새파란 마늘종을 보니 뭐라도 해 먹고 싶어 냉장고를 뒤져보니 오징어가 보인다. 마늘종을 넣고 오징어 볶음을 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더울 때는 간단하면서도 매콤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면서도 잃었던 식욕을 되찾아 주기에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더위를 이기려고 찬 것만 먹다 보면 뱃속도 냉해지기 때문에 더울수록 음식을 잘 먹어야 뒤탈이 없다. 오징어볶음은 대중적인 음식이라 특별한 재료가 필요 없다. 양파와 당근 오징어와 파릇파릇한 호박이 있으면 되지만 이번에는 호박 대신 마늘종을 알맞게 잘라 집어넣어 만들어 본다.
모든 재료를 썰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 집어넣는다.
당근을 가늘게 채를 썰고 오징어도 동그랗게 자른다.
양파와 마늘종은 먹기 좋은 크기로 대충 썰어서 놓고 고추장 한 숟갈과 고춧가루 한 숟갈을 넣어 뜨거운 불에 볶는다.
프라이팬에서 만난 오징어와 야채들이 반갑다고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소금과 간장과 설탕과 마늘을 넣고 뒤집어주며 익힌다.
새파란 마늘종과 새빨간 당근이 얼싸안고 좋아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입은 양파와 오징어도 덩달아 춤을 추며 프라이팬에 살짝 눕는다.
오색 찬란한 오징어볶음이 다 익어간다.
깨소금과 참기름을 적당히 넣어주고 송송 쏠어놓은 파를 위에 뿌려준다.
하얀 접시에 곱게 물든 오징어 볶음을 가지런히 예쁘게 담고 위에 파도 몇 개 더 얹으면 근사한 오징어볶음 한 접시가 만들어진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날씨는 덥고 움직이면 땀이 나고 찬 음식만 먹다 보면 입맛이 없어지고 식욕도 떨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한 끼를 해결했다. 매콤 달콤한 맛에 오징어와 마늘종이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너무 싱그럽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맛있게 만들어지는 오징어 볶음이지만 새파랗고 싱싱한 마늘종으로 더없이 맛있었다. 힘들게 기른 채소를 한 아름 가져다준 지인이 너무 고맙다. 밥 한 숟갈에 오징어와 마늘종을 얹어서 먹으니 한여름의 더위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