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만난 행복으로 웃음꽃이 핀다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손주들과 강가로 산책을 나왔다. 강으로 내려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한 두 사람이 걸어가는 넓은 다리 위에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본다.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않고, 먼저 가려고 밀치지도 않고 나란히 사이좋게 흐른다. 늦게 온다고 재촉하지 않고 빨리 간다고 잡지 않는다. 가다 보면 깊은 곳도 넘어가고 얕은 곳도 지나간다. 내려오던 나뭇가지 하나가 어딘가 걸렸는지 내려가지 못한 채 물 한가운데서 몸부림친다. 강가에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강물에 나뭇가지와 공을 던지며 개들과 놀고 있는 게 보인다. 주인은 무언가 를 던지고 개는 뛰어가서 강물에 던져진 물건을 열심히 찾아서 주인에게 가져온다. 그것을 다리 위에 서 보고 있던 손자 손녀가 재미있던지 빨리 강가로 내려가자고 한다.


강가로 연결된 층계를 통해 내려가 본다. 다리 위에서 볼 때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내려오는 사이에 다들 가버리고 아무도 없다.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조금 전의 모습은 없다.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강기슭으로 걸어 들어가니 한결 운치가 있다. 아이들은 당장에 신발을 벗고 강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 깊지 않지만 혹시 모를 위험상황을 대비해서 나도, 남편도 신발을 벗고 강으로 들어가서 걸어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강에서 걸어본다. 강가를 걷기만 했지 강에 발을 담그고 강과 하나가 되어 보기는 오래되었다. 강바닥에 있는 자갈을 밟으며 흐르는 물을 따라 이리저리 걸어본다. 생각보다 물이 많이 차지도, 너무 깊지도 않아 좋다. 손녀의 손을 잡고 걸어 다니며 강바닥에 있는 자갈을 꺼내 여기저기 멀리, 가까이 던져본다. 아이와 놀더니 아이가 되어 간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하지 못하던 것을 손주들과 한다. 재미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퍼지고 번지며 강에 울린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해서 웃는 아이들을 따라 나도, 남편도 웃는다. 비싼 장난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싫증을 내는데 자연 속에서 노는 것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어한다. 돌을 던지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둥글게 퍼져간다. 작은 돌은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고 큰 돌은 커다란 동그라미를 만든다. 힘껏 던져도 앞에 떨어지기도 하고 그냥 던져도 멀리 가기도 한다. 세상만사 다 비슷하다. 힘들게 살아도 제자리서 뱅뱅 돌고 대충 살아도 남보다 앞설 때도 있다. 힘껏 던져본다. 공중을 날아가는 돌멩이는 떨어져야 할 때 떨어지고 물속에 가라앉는다. 그곳이 원한 자리가 아니어도 떨어지고 강물을 흘려보낸다.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나도 덩달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흐르는 강물에 다리를 담그고 서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본다. 흐르는 강물 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고 알려 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된다. 아이들의 세계는 참 단순하다. 금방 웃고 금방 운다. 걱정 근심이 없지는 않겠지만 순간의 행복을 만나며 산다. 어른들은 평생 동안 행복을 쫓아다니며 결국 만나지 못한 채 떠나는데 아이들은 매 순간 행복과 함께 산다. 모래를 밟기도 하고 물속에서 물장구도 치다가 돌멩이를 던지며 온전히 몰두하며 재미나게 논다. 정신없이 놀다가 다시 걷는다. 계속되는 가뭄과 폭염으로 공원의 잔디가 말라 커다란 호수로 물을 준다. 손주들은 그리로 다시 뛰어간다. 물방울이 튀면서 시원하다. 가까이 갔다 멀리 갔다 하며 장난을 치다 보니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재미있게 논다.


이리저리 피하며 웃는 사이 커다란 물줄기가 덮쳐서 온통 다 젖으니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어 죽겠단다. 방학 동안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면 추억이 남아 좋을 것 같아 데리고 다니는데 우리가 많이 배우고 많이 행복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우리가 보호자였지만 지금은 아이들한테 배우고 도움을 받는다. 홀딱 젖은 옷을 벗어서 짜고 수건으로 닦고 다시 입는다. 주차장이 멀지 않아 바로 차에 타고 집으로 향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은 한국말하는 시간이다. 하나 둘을 가르쳐주고 연습하고 장난하며 실수를 하면서도 배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깔깔 대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행복이 보인다. 행복을 잡으려 하지 말고 그냥 느끼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게 보인다. 강가에서 만난 행복으로 웃음꽃이 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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