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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을 위해 피어난 한송이 장미
by
Chong Sook Lee
Jul 18. 2021
(사진:이종숙)
한송이의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
그토록 추웠던 겨울을 지켰습니다
메마른 가지로 비바람을 이겨내고
폭설조차 마다하지 않고
오늘을 위해 살았습니다
꽃샘바람 찬바람은
살을 에이는 것 같았고
무섭게 내리쬐는 태양은
살을 태우듯이 뜨거웠지만
오늘을 위해 참고 견뎠습니다
꽃이 피지 않아도
여러 개로 커지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정성 들여
물을 주는 주인님의 사랑 속에
오늘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보잘것없이 초라해도
다른 꽃들보다 예쁘지 않아도
봄가을로 가지치기를 해주는
사랑의 손길을 잊지 못합니다
여름에 한번 피는 한송이 꽃을 위해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예쁜 눈길로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어
조용히 감사하며 피어납니다
여름이 가고
또 한 해가 갑니다
긴 시간 추운 세월을 기다려야
피는 한송이 꽃이라도
세상에 왔다가는 기쁨으로
피었다가 집니다
오래도록 피고 싶지만
그것은 욕심입니다
생겨나지도
피어나지도 못한 수많은 꽃들이 있는데
한 열흘 살아감에 감사합니다
이른 봄에 피어야 할
많은 꽃은
세상도 구경하지 못하고
폭설 때문에 얼어 죽고 말았는데
열흘 동
안 살다 갈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내년에 다시 온다는
기약은 못하지만
가만히 기다립니다
오늘 예쁘게 피어 사랑받고 가는데
욕심내지 말고 갔다가
새봄에 다시
만남을
기대합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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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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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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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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