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온도가 영상 12도다. 오늘 낮 최고 온도는 영상 20도라고 하는데 7월 하순의 기온 치고는 너무 춥다. 비가 올 듯하면서 꾸물거리기만 하더니 안개비가 온다.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잘 보이지 않아도 무언가 내리는 것을 보니 비는 비인가보다. 이곳은 지금 B.C. 주에서 난 대형 산불로 인하여 연기가 이쪽으로 이동하면서 사방에 연기가 꽉 차 있다. 연기 냄새가 심하다. 목도 아프고 눈도 맵다. 공기질이 최고로 위험한 수치라서 집에 있는 것을 권한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하늘은 낮게 구름이 껴있어 흐리고 매우 습하다. 이럴 때 소나기가 한번 쏟아지고 햇볕으로 말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날씨는 고집을 피우며 꼼짝하지 않는다. 날씨가 안 좋으니까 기분도 가라앉는다. 아침을 먹고 집에 있는데 괜히 피곤하다. 날씨가 주는 우울증이다.
무기력하고 애꿎은 하품만 자꾸 나온다. 누워있기 시작하면 몸져누울 것 같아 청소를 시작했다. 매일 대충 하며 미루고 살다가 한 번씩 뒤집으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이 편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밥만 먹고 사는데도 어디서부터 생기는 먼지가 뽀얗게 앉아서 내 손길을 기다린다. 손길이 닿은 것하고 그냥 놔둔 것은 먼지가 말해준다. 필요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도 가지고 산다. 버리고 또 버려도 버릴게 생긴다. 2주일에 한 번씩 가져가는 쓰레기도 가져갈 때마다 꽉 찬다. 안 버린다고 해도 쓰레기가 자꾸 나온다. 안 산다고 해도 물건이 늘고 필요한 물건이 더 이상 없을 것 같은데 나가면 뭐라도 사 가지고 온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필요해서 사다 놓고 바로 쓰지 않으면 잊힌다. 막상 쓰려면 어디에 두었는지 찾다가 다시 산다.
못 찾던 물건은 나중에 청소하다 보면 나온다. 정리를 못하는 건지 정돈을 할 줄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 흥미도 없고 기운도 없어져가고 정리를 하려면 아직은 필요할 것 같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많다. 책장에도 안 읽는 책들이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고 옷장에도 안 입는 옷들이 혹시나 하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언젠가라는 날은 오지 않는다. 지금 읽지 않고 지금 입지 않으면 필요 없는 물건인데 곱게 모셔놓는다. 편하고 쉬운 일만 하며 산다. 복잡한 것은 싫고 힘든 것도 싫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망설여지고 시작하면 빨리 끝내고 싶다. 기다리지도 못하고 참는 것도 잘 못한다.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맞다.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생각해보면 필요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 필요하기도 하다. 삼 남매가 가져다 놓은 살림살이는 구석에 있지만 내 살림만 정리하면 된다.
하나둘 사들일 때는 몰랐는데 모아지니 큰 살림이 되었다. 한두 번 써도, 골백번 써도 일단 쓴 것은 헌 것이다. 접시도 큰 그릇도 필요 없는 시대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쓰지 않으면 쓰레기다. 배달음식이 발달하고 인스턴트 음식이 판을 치니 여러 가지를 갖고 살 필요가 없어졌다. 미니멀 리스트는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사람이다. 물건을 사고 버리는 게 아니고 아예 필요한 것만 사되 단순하게 사는 것인데 사고 버리며 쓰레기를 만들며 미니멀리스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산다면 쓰레기도 생기지 않는다. 새물건이 좋지만 한번 좋은 것을 사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다. 생각나는 대로 사고, 정리한다고 버리고, 도네이션 하고, 또 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온다. 마음은 젊어도 몸은 늙어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쓸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무리 좋은 것도 필요 없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것도 아끼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여행을 떠나는 날에 짐이 많으면 힘들다. 꼭 있어야 할 것만 가지고 살 수는 없지만 조금씩 줄이다 보면 가는 길이 가벼울 것이다. 여행 갈 때처럼 짐을 싸서 여행 온 것처럼 살다가 여행 떠나 듯 떠나자. 돈이 많아도 물건이 많아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쓰지 않는 것들을 꺼내 상자에 담고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니 기분이 좋다.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해야 하는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시대가 좋아진 지금은 청소대행업체부터 이삿짐 포장센터까지 없는 것이 없이 다 잘되어 있다. 내손으로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아니다.
세월이 가면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청소를 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여전히 하늘은 어두컴컴하게 흐려있고 연기가 여기저기 시야를 가린다. 핑계 김에 집안이 질서가 잡혔다. 아침에 밥 먹고 산책하고 돌아오면 만사가 귀찮아서 꼼짝하지 않고 뒹굴뒹굴했는데 오늘은 연기와 날씨 덕분에 청소를 했더니 집안이 훤하다.
햇볕 나는 날은 놀아서 좋고 비 오는 날은 청소해서 좋다. 날씨가 좋아도 비가 와도 내가 할 일은 내가 해야 한다. 내일 내일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날씨 덕에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이래저래 덕 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