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를 이렇게 산다

by Chong Sook Lee
화려하고 멋진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사는 공작처럼(사진: 이종숙)




하루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실감하게 된다. 아무것도 뚜렷하게 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간다. 손자가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데 어느새 9살이 됐다. 순식간에 흘러간 세월이다. 세월은 화살과 같다는 말처럼 세월이 너무 빨라 붙잡아 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 틈틈이 뭐라도 한다.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삼시 세끼 준비에 집안 정리를 하다 보면 하루가 간다. 하지만 바쁜 듯하면서도 때로는 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이 지루하기도 하다. 머리로는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지만 행동이 안 따라주니 무용지물이다. 때때로 손주들을 봐줘야 하는데 금방 피곤해진다. 지나간 날들을 생각하고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마음은 현실을 떠나 다른 곳에서 허우적대기도 한다.


열정도 욕심도 그리고 희망도 많았던 그 많은 세월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노년으로 들어 선 나의 하루들... 앞으로 살아가는 날들은 어떤 모습일까? 내게 주어진 하루라는 24시간을 다른 이들은 모두 어찌 보낼까? 겉으로 바쁘게 보이는 그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살아간다.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참견하며 사는 사람이 있고 두문분출 바깥세상을 등지고 집안에만 있는 사람이 있다. 또한 사람들과 떼로 몰려다니며 이곳저곳 기웃 거는 사람들도 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바라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 속에 오늘을 사는 게 많은 이들의 소망일 것이다. 오늘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날인 듯이 살아야 한다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 시간 하루를 보내고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어떠했는지 반성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맞고 보내는 날이 허다하지만 간혹 앉아서 이렇게 나의 일상을 돌아보기도 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을 때까지의 삶을 삼등분으로 나누어 본다.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를 제1인생으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아이들을 양육하여 그들이 나름대로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갈 때까지 제2인생으로 한다. 이제 세 아이들이 성장하여 우리 곁을 떠나 분가한 것이 어느새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사업 때문에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취미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는데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서 우리의 제3 인생이 시작되었다.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년퇴직을 했을 때 무척이나 부러웠었는데 내가 막상 퇴직을 하니 막연히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에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자유 바로 그 자체였다. 아무런 구속과 제한이 없는 시간 속에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맞추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평생 원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하늘도 쳐다볼 시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었다. 알람 소리로 간신히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기 싫어하며 일어났고 , 일하기 싫어하며 일했다. 귀찮아하며 대꾸했고 획기적이지 않은 시간들이 지루하여 짜증을 내었다. 감사하는 대신에 당연하다 생각했고, 베풀기보다는 나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하루였다. 사랑보다는 미움이 앞섰고 칭찬보다는 원망이 많았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 년 십 년, 그렇게 엄청난 세월이 흘렀다. 내게 온 나의 하루를 버리면서 거창한 미래만 원했다.


이제는 나가야 할 직장도 없고 장사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그 무엇도 없다. 일어나 하늘을 보고 나무도 보며, 텔레비전을 보면서 천천히 아침식사를 즐기며 느긋하면서도 자유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식사 후 운동센터로 가서 즐비하게 놓여있는 운동기구로 잡아당기고 돌리고 밀고 걷고 뛰며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한다. 운동센터에는 요가를 비롯해 온갖 다른 여러 가지 강습이 있어 시간에 맞추어 자유로이 들어가 운동을 하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 겁이 많아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였던 나였지만 어차피 일 년 회원권을 샀기 때문에 수영도 해보기로 하고 열심히 해 본 결과 이제는 깊은 물에서도 두려움 없이 수영을 하게 되었다. 인생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마음으로는 언젠가 시간이 되면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막상 하려면 안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하고 싶고 배우고 싶던 것들이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은 후에는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어릴 때 직장을 다니며 하고 싶은 것들, 배우고 싶은 것들을 틈틈이 배우며 살았는데 지금은 있는 것은 시간뿐이다. 앞으로 열심히 무언가를 배우고 여행도 다니며 제3인생을 신나게 살아야 한다. 한번 가면 내게 오지 않을 나의 소중한 인생인데 그냥 흐지부지 단 한순간도 낭비하지 말며 어떠한 제약도 망설임도 없는 제3인생을 우리 두 사람을 위하여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우리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저희들 나름대로 아이들을 기르며 직장생활에 충실하며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언젠가는 그들도 나와 같이 제3인생을 살 때가 있으리라.


오라는 사람도, 만날 사람도 별로 없고 갈 곳도 특별히 없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가 마냥 좋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그야말로 조용한 평화로움 속에 때로는 무료함이 있을지라도 내 평생 동안 누리지 못했던 느긋함을 즐기고 싶다.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 속에 지난날들의 행복했던 순간들만 기억하며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은 그날그날을 맞으며 걱정하지 말고 살아보자. 제3인생의 끝에는 세상을 떠나는 것이지만 그것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동안 그만큼의 세월을 살아왔듯이 내게 남은 세월도 그렇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뒤돌아 볼 수 없는 인생을 잘 거두는 연습을 하며 앞으로 향해 걸어간다.

나는 이렇게 하루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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