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때로 멀리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삶이 지루해서 또는 아무런 희망이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떠난다고 특별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막연히 떠나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것 같아도 현실은 무작정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할 일이 있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고 떠나지 못하게 할 때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절망 속에 빠져들어 간다. 어디를 갈지도 모르면서 현실이 싫어질 때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도 삶의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 위해 큰 결심을 하고 떠나는 후아니타의 삶을 그린 영화다.
제목:후아니타
빈민촌에서 남편 없이 일을 하며 사는 후아니타의 삶은 비참하다. 큰 아들은 우연히 갱단 친구의 차를 타게 되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차를 탔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다. 전남편이 데리고 온 작은 아들은 일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건달이고, 딸은 고등학교 때 가라는 학교는 가지 않고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여 어느 날 생각지 않은 손자를 안겨 주었다. 아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힘들게 일을 하며 살아가는 후아니타는 실망과 절망으로 점점 지쳐가며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한다. 재롱을 떠는 손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스럽지만 철없는 딸은 아이를 맡기고 밖으로 나돌고 아들은 틈만 나면 돈을 달라고 억지를 부린다. 아무리 혼자 살아보려고 애를 써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다. 가상의 인물과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는 상상을 하며 꿈을 꾸다가 어느 날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떠나겠다고 아이들에게 선언하며 집을 떠난다.
트렁크 하나를 들고 무작정 집을 나온 후아니타는 미장원을 하는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버스 터미널로 간다. 막상 집을 나왔지만 목적지도 없고 어디로 갈지 막연하여 지도를 보고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알지 못하고 가보지도 않은 곳으로 가는 후아니타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하고 두렵지만 사람들과 파티를 하며 춤을 추는 상상을 하며 두려움을 떨쳐 냈다. 버스를 갈아타기 전 식당에서 여자 트럭 운전사를 만나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식당과 묵을 집을 소개받는다. 아무도 오가지 않는 외진 마을에 있는 식당 앞에 덩그러니 서서 주위를 보다가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주문하고 주인과 실랑이를 하며 인연을 맺게 된다. 실수로 친구를 죽게 한 마음의 상처로 죄책감에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는 식당 주인 '제스'는 불란서 요리를 잘하는 실력 있는 요리사인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 속에 살아간다. 죽어가는 식당은 후아니타의 열정으로 손님들로 다시 북적대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과 친해진다. 마을 생활이 익숙해져 갈 때 미장원 친구에게 안부전화를 하면서 작은 아들이 범죄에 가담해서 감옥에 가게 되었음을 전해 들으며 후아니타는 삶을 한탄한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특별한 인디언 축제를 하는데 이웃들과 함께 간다. 영혼과 대화하고 조상에게 감사하며 사는 그들의 진심을 알게 되고 식당 주인 제스와 사랑에 빠진다. 외로웠던 후아니타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여 후아니타의 사연을 알게 된 제스는 깜짝 선물로 가석방된 그녀의 아들을 불러오며 재회의 자리를 만든다. 한편, 미장원 친구는 딸이 열심히 일을 하여 직장에서 부 매니저가 되었고 감옥에 있는 작은 아들은 첫 범행이라서 베풀어준 선처로 일찍 풀려났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어 오랜만에 삶의 행복을 느낀다.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제스는 더없이 행복해하며 그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식당 이름도 바꾸며 그녀가 떠나지 않고 마을에 머물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평생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제스와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제스는 여기서 기다리겠으니 언제든 돌아오라 고 하지만 그녀는 그녀를 마을로 데려온 여자 트럭 운전사의 트럭을 타고 마을을 떠나 꿈에도 그리운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하얀 파도가 밀려왔다가는 해변가를 걸으며 자신을 찾은 행복에 미소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녀가 여행을 마치고 식당 주인에게 돌아갔는지, 아이들과 다시 옛날의 생활로 돌아갔는지 상상에 맡긴다.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는 답이 없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른다. 체념하고 그녀 자신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었지만그녀의 삶을 찾아 떠나서 잃었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현실을 도피하며 무작정 떠나는 것이 답은 아니지만 돌파구를 찾아 새 출발을 하며 사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녀에게 끊임없이 희생만을 요구하는 가족들은 그녀가 떠난 뒤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아서 열심히 살아간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녀는 죽어가고 있음을알고 떠나서 좋은 인연을 만나 다시 시작한 그녀의 여정을응원하며 행운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