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탈퇴한 스레드

목사가 하기엔 영혼이 좀 먹습니다만

by 추성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엔 사진과 영상뿐만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어할 텍스트도 몇 줄 보여주어 스레드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처음엔 남들의 생각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다른 목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렇게 스레드를 켜면 텍스트 관음증이 시작된다.


내 알고리즘엔 주로 개척교회 목사, 기성교회 부목사들의 글이 올라온다.

대형교회 부교역자로 들어간 후기, 마치 대기업에 입사한 듯, 감격에 겨워한 이야기들이 즐비했다.

반응도 뜨거웠다. 노하우라도 전수받으려는, 부러움의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우리가 이 정도로 가오가 없었나?


이건 아니다 싶어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요'라는 고백은 어디 갔냐고 댓글 달았더니, 바로 차단당했다.

머릿속에 ㄱㄴㄷㄹ 모양으로 구더기 여러 마리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 만에 계정을 탈퇴했다.

눈물로 녹이고, 무릎으로 눌러야 하는 아픔들, 그런 것들을 불평으로 올리면 반응이 터진다.

담임목사, 성도들 간에 겪는 갈등과 긴장 등 부목사라면 모두가 공감할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올린 이들이 젊지도 않았다. 자녀도 키우고 목회 현장에서 사명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본회퍼'가 말한 ‘값싼 은혜’의 장이 바로 스레드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교회 안의 가십과 밈들을 읽고 있으면 집단지성이 몰락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는 속으로 품어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랑으로 눌러 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글로 바뀌면 '자극'이 된다.

“고해성사를 커뮤니티에 하고
공감 댓글로 용서받는다.

신앙은 신비다. 목회도 그렇다.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조용히 품고, 눈물로 녹이고, 무릎으로 눌러 담고, 잘못했으면 사과부터 하는 일.

크고 비밀한 일들을 조용히 감당할 때 신의 영광이 임한다.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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