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4.0 시대의 마케팅 혁신]
[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한 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연결하는 브랜드 체험 마케팅
글/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오사카에 있는 아사히 맥주 공장을 지난 2월 2일 방문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전철을 타고 또 걸어서 찾아가는 길이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브랜드의 공장 그것도 역사성을 갖고 있는 공장에서 제조 공정과 시음할 수 있는 체험은 여행의 의미를 풍족하게 했다.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는 점이 산업 시찰이나 기업 진단을 위해 공장을 투어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아서 맥주 브랜드에 관심이 없었던 필자에게 아사히 맥주는 이번 체험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슈퍼에서 맥주 코너를 지날 때마다 그 아사히가 자꾸 생각난다. 그런데 삼성전자에서 브랜드 체험 매장으로 재개장한 ‘삼성딜라이트’를 방문했을 때는 이런 감흥이 없었다. RFID 밴드를 통한 체험 존에서 개인화된 체험을 하긴 했는데 현재의 삼성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체험은 현대자동차의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다. 고객이 브랜드를 체험한 후 그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해야 고객과 연결할 수 있다. 만약 그 브랜드가 싫어진다면 애써 비용을 들여 만든 마케팅 활동이 오히려 고객을 떠나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고민이다.
브랜드 체험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실제 브랜드를 체험하고도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삼성딜라이트’에 대한 구글 리뷰를 찾아보니 ‘삼성 본사의 제품 전시 치고는 초라합니다. 그냥 적당한 사이즈의 삼성디지털… 같은 느낌’, ‘삼성 물건 몇 개,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건 적다’, ‘최신 제품 전시는 마음에 들지만 제품을 단순 나열하여 판매하는 양판점처럼 보인다. 다양한 제품을 이용한 생활을 보여주지 못한다’ 등 고객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접할 수 있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 대해 어떤 기자는 ‘현대차 스튜디오인지 현대제철 스튜디오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과도한 철제 인테리어,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기보다는 주제 없이 판매에 급급한 전시 구성 등은 실망스러웠다’고 쓰고 있다. 얼마 전에는 벤츠의 모 판매사에서 시승 체험을 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직원과 협의 후 방문하여 직접 도로주행까지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업사원이 동행했다. 체험하는 동안 구매를 전제로 하는 설명을 계속 들어야만 했다. 본사에서 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브랜드를 체험하는 것이 무리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방문했음에도 아직까지 마음이 불편하다. 이 체험으로 막연히 갖고 싶었던 벤츠 브랜드가 아예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지프에서 실시한 ‘어번 익스피리언스’ 체험행사에 참석한 이후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지프에 대한 환상이 현실이 되었다. 영업사원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고객의 순수 체험을 위한 행사로 6개의 코스를 통과하는 주행 체험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지프 브랜드의 정체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다.
애플스토어가 국내에 오픈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터 파기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벌써 애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안달이다. 이미 애플의 제품을 여러 대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서비스를 체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기대는 생각보다 더 크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런 로망이 있다. 전에 홍콩과 샌프란시스코의 애플스토어에 갔지만 언어 문제로 체험이라기보다 구경만 하다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동안 애플스토어가 고객들에게 보여준 친화적인 서비스를 얼마 있으면 국내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뚜껑을 열어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동안 애플 제품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를 전화로 서비스 받으면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애써주던 상담원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매장에서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매장, 또 갖고 싶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야 할까? 다양한 브랜드들이 브랜드 체험 매장을 운영했지만 대부분 철수했다. 그 이유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공간은 수익 센터가 아니라 비용 센터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비용 센터라기보다는 브랜드 구축을 위한 고객과의 연결 센터이다.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이 꼭 전용 매장일 필요는 없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은 항상 어떤 공간과 매체에 노출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많이 사라진 지금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브랜드 체험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브랜드를 갖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브랜드 체험 공간의 본질이다. 브랜드 체험을 빙자한 판매 행위가 된다면 고객은 바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 브랜드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영원히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브랜드 구축은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관계의 시작과 지속은 고객과의 첫 연결에서 승부가 난다. 브랜드 체험 공간과 체험 활동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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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칼럼은 이코노믹리뷰 85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