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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보 구자룡 Feb 27. 2017

고객을 불러들이는 힘, 고객 시간 점유 마케팅

[마켓4.0시대의 마케팅 혁신]

[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고객을 불러들이는 힘, 고객 시간 점유 마케팅


글/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얼마 전에 종로서적이 재개업을 했다고 해서 지나는 길에 들렀다. 30여년 전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당시 랜드마크였던 종로서적에서 여러 층을 오르내리며 수많은 책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나서다.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새로운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했는데 말이다. 엄밀하게 본다면 재개업도 아니다. 그냥 서점 하나 새로 생긴 것 이외의 감흥이 없었다. 서점은 어떤 방향을 잡아야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대형 서점의 축소, 온라인 서점의 성장, 중소형 서점의 몰락으로 요약할 수 있는 국내 서점은 대체로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전문서점, 자신의 이름을 건 서점, 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팅 서점 등 동네서점들이 출현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들은 서점에서 무엇을 얻고 싶을까?


오사카 가족여행 계획을 잡으며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으로 우메다 츠타야서점(蔦屋書店)을 꼽았다. 대학생들인 아이들에게도, 저술활동을 하는 필자에게도 서점은 새로운 정보와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소중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츠타야서점은 일본의 핫 스페이스로 알려져 있다. 가장 혁신적인 공간으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실제 어떤 공간인지 매우 궁금했다. 우메다 츠타야서점은 오사카역 루쿠아 쇼핑몰 9층에 있다. 2017년 2월 1일 오후 6시경 서점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서점의 주인공은 책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어졌다. 오히려 책은 보조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스타벅스, 르 거라지, 몽블랑, 마더하우스, 애플 등의 브랜드가 함께 입점되어 있으며 셔츠, 문구, 모바일 제품 등도 매장을 구성하는 주요 품목이었다. 이런 구성을 보면 츠타야서점은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었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문화 복합공간이었다. 특히 도서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탁자와 의자가 많았다. 그런데 빈자리가 없었다. 서점 내 커피숍과 카페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고객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책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문구나 가방이나 셔츠를 구경하는 사람도 있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가지고 온 노트북으로 조용히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업무 미팅을 하고 있다. 책만 파는 서점들 중 일부는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츠타야서점은 지속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매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의 한 단면을 봤다. 책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었다.


어떤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은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개인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행복한 경험은 모두 갖고 싶어 한다. 이게 이루어지면 계속 그 공간을 찾게 된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Time Share)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꾸 찾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서점만이 아니라 모든 매장에서 고민해볼 문제이다. 공간의 규모가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츠타야서점은 서점의 고정관념을 혁신한 공간 디자인으로 고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생각의 힘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아늑함, 약간의 소음, 그리고 커피 향이 있는 카페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미 오랫동안 제3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카페가 아닌 서점에서도 이런 분위기나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2015년 11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동시에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카우리 테이블을 설치했다. 이용자들은 카페 같아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이 독서 테이블에서는 아직 판매가 되지 않은 책을 매대에서 갖고 와서 읽을 수 있다. 카페 같은 분위기인데 카페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커피나 음식물은 섭취할 수 없다.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곤란하다. 서점 공간과 카페 공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츠타야서점과 교보문고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츠타야서점은 서점 공간과 카페 공간, 그리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매대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소비할 수 있다. 여태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 디자인이다.


어떤 공간을 방문하는 고객은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개인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행복한 경험은 모두 갖고 싶어 한다. 이게 이루어지면 계속 그 공간을 찾게 된다. 서점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Time Share)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꾸 찾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은 서점만이 아니라 모든 매장에서 고민해볼 문제이다. 공간의 규모가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츠타야서점은 서점의 고정관념을 혁신한 공간 디자인으로 고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생각의 힘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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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이코노믹리뷰 851호에 게재된 글입니다.(온라인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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