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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닥터 구자룡 Oct 28. 2020

구독 비즈니스의 본질은 데이터다

3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습관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소유의 시대를 지나 구독의 시대로


어느 날 아침 수신된 이메일을 살펴봤다. 휴넷 CEO, 교보 북모닝 CEO, 퍼블리, 예병일의 경제노트, 박노해의 나눔문화 등으로부터 온 메일들이다.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다. 물론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다. 또한 MS의 오피스 365, 안랩의 V3 365,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포토그래피 플랜, 에버노트 등도 유료로 구독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넷플릭스, 왓챠 플레이, 유튜브도 구독하고 있다. IPTV, 이동통신, 초고속 인터넷 통신 등도 있다. 이 역시 일종의 구독이다. 월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구독이다. 그리고 월간 사진예술, 주간 이코노믹리뷰, 계간 보보담 등 인쇄물과 하루야채와 같은 제품들도 정기적으로 받는 구독 제품이다. 


기업에서 구독하고 있는 상품도 있다. 세무 기장 및 결산 대행 서비스를 연간으로 제공받고 있고, 자동차보험을 매년 갱신하고 있고, 웹호스팅 서비스 역시 년 단위로 갱신하고 있다. 대체로 1년 단위로 갱신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다른 말로 바꾸면 구독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단지 구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또 다른 어느 날 아침 내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것은 컴퓨터 속에, 스마트폰 속에, TV 속에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고 내 것이 아닌 것도 아니다. 온전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구독 제품은 잡지뿐이다. 사진예술, 이코노믹리뷰, 보보담 정도가 제품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잡지가 쌓여가고 있다. 보관과 관리에 애로가 커진다. 어떤 지인은 이런 문제로 언제 어디서나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전자책을 구입한다고 한다. 전자책이나 전자잡지도 일종의 구독 서비스다. 직접 만질 수 있는 제품은 사라지고, 직접 만질 수 없는 서비스만 남았다. 소유의 시대를 지나 구독의 시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어쩌면 구독(購讀)이라는 말 보다 구용(購讀)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왜냐하면 구매해서 읽는 것보다는 구매해서 사용하는 제품이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구독 경제


구독 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주오라의 창업자 티엔 추오는 “특정 고객 기반의 니즈를 바탕으로, 그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제품 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한 반복적 수익의 창출을 위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키는 변화를 위한 환경이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구독 경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구독자의 ID다. 구독자의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구독 경제의 시대에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성공과 블록버스터의 실패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구독 경제의 본질은 ID이고, 그 속에 개인의 기록인 데이터가 있고, 그 데이터를 모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모델을 통해 반복적인 구매로 연결하는 능력이다. 과거 구독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넷플릭스는 1999년부터 월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월 일정액을 내고 보유 중인 영화를 무제한 빌려보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고객의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있었다. 고객이 보는 콘텐츠의 장르와 특징을 분석하여 고객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일회성 고객이 아닌 반복적인 구독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구독자의 데이터가 쌓이면 싸일수록 추천의 예측 정확성은 높아진다. 시청한 영화의 75%가 추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2020년 2분기 기준, 1억 5,100만 명)


특히 넷플릭스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은 자체 콘텐츠 제작이다. 그 첫 번째 작품이 2013년 공개된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다. 이미 1990년대 제작된 적이 있고,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 주연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와 로빈 라이트가 시청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파일럿 프로그램조차 만들지 않고 제작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 국내에서 제작된 <미스터 션샤인>도 같은 맥락이다.  


구독 경제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구독 서비스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어도비시스템즈다. 과거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라이트룸 등 그래픽과 디자인 관련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제품별로 판매했었다. 2013년 현재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고 고객 경험을 혁신했다. 그런데 혁신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완제품을 판매하면 바로 수익이 발생한다. 구독으로 바꾸면 소비자는 처음 지불해야 하는 구독료가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해지는 반면에 기업은 초기에 매출과 수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과 수익의 단기적인 감소와 고객 이탈을 극복할 자신이 있을 때 전환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여 안정화되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디지털과 데이터의 힘을 받기 시작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게 된다. 이제 어도비는 디지털 마케팅, 상거래 플랫폼, 애널리틱스 기업으로 바뀌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이셰이라 교수는 “시장 파괴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달라진 고객이다”라고 한다. 기존 기업들은 기술이 아닌 다른 종류의 혁신 즉, 비즈니스 모델의 변신이 필요하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고객 가치 사슬을 분리할 수 있다. 신생 기업들은 가치 사슬을 끊어내어 고객에게 하나 또는 일부 활동만을 충족시키는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을 하고 있다. 나머지 활동은 기존 기업들이 충족시킨다. 소비 사슬을 끊어내는 과정을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한다. 세무 서비스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커플링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고객 가치 사슬은 ‘평가하기-선택하기-구매하기-소비하기’의 단계로 연결되어 있다. 시장 파괴자들은 이 단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일부를 깨뜨린 후 하나 또는 몇 개의 단계를 훔쳐 가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었던 어도비는 구독 모델을 통해 구매하기 사슬을 끊어내어 혁신을 구현했다. 핀테크 기업인 토스는 기존 은행들이 하지 못했던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돈을 보내는 고객 경험으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송금뿐만 아니라 대출과 뱅크까지 넘보고 있다. 토스는 소비하기 단계의 불편을 앱으로 끊어내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가치 사슬의 어느 단계를 끊어내어 비즈니스 혁신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 중심에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까?


구독 모델에 적합한 기업은 따로 있다


제품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구독 모델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다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직의 마인드 셋이 고객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구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구독 마케팅의 최우선 요소는 구독자의 ID를 확보하는 것이다. 애플도 ID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연동시켜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도 ID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중심의 기업들도 구독 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2018년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구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 1월에는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를 구독하는 ‘현대 셀렉션’을 출시했다. 이미 고객들은 구독에 익숙해지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고객의 무의식적인 구독 습관을 먼저 만드는 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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