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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보 구자룡 Oct 28. 2020

현명한 의사결정으로서의 데이터 활용

3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습관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한 사례


의사결정에 데이터가 사용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1854년 영국 런던 소호가에 콜레라가 창궐했다. 설사가 심하고 목이 마르고 배가 아픈 환자가 급증하여 발병 사흘 만에 127명 사망, 열흘이 지나자 500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의사였던 존 스노(John Snow)는 감염에 따른 사망자의 수와 주소가 있는 신문 기사를 확보하고 현장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통해 사망자들이 브로드 가에 있는 공용 펌프에서 물을 길어 마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도 위에 사망자를 나타내는 검은 사각형을 표시해보니, 공용 펌프 주변에 사망자가 집중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문제의 펌프와 가깝지만,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양조장에서는 근로자들이 물 대신 맥주를 마시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콜레라의 원인은 공기가 아니라 오염된 식수원이라고 주장하게 된다. 담당 공무원의 도움으로 오염된 식수원의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여 콜레라 확산을 막았다. 


△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자료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7/Snow-cholera-map-1.jpg에서 확대 및 편집


1854년 크림전쟁으로 많은 영국 군인들이 부상과 질병으로 죽는다. 당시 간호사였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은 터키에 있는 영국군 야전병원으로 가게 된다. 야전병원의 위생 상태는 너무나 열악했으며, 부상병 치료를 위한 보급품은 턱없이 부족했다. 입원한 환자의 사망률이 무려 43%로, 전장에서의 사망률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나이팅게일은 통계 작성 기준을 만들어 입원, 부상, 질병, 사망 등의 내역을 매일 기록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시각화한 사망원인 다이어그램을 통해 야전병원의 위생과 감염, 그리고 사망에 대한 위험성을 알렸다. 이런 활동에 자극받은 영국 정부는 위생 개혁을 실시했고, 사망률이 2%로 급격히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 나이팅게일의 사망원인 로즈 다이어그램

자료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1/17/Nightingale-mortality.jpg


예시한 존 스노와 나이팅게일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시각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즉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선구자들이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24시간 연결된 초연결사회가 되면서 존 스노나 나이팅게일 같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운전할 때, 쇼핑할 때, 그리고 병원에서, 사무실에서 나도 모르게 데이터를 활용한다. 


최근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감염병 대응에도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기준과 격상 검토 등도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개인의 사생화 침해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위치 데이터와 신용카드 내역을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데이터 제공자로서, 또는 사용자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데이터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갖춰야 한다.


현명하게 데이터 문맹에서 탈출하기


글을 읽고 쓸 수 없을 때 문맹이라고 하듯이, 데이터를 읽고 사용할 수 없을 때 데이터 문맹이라고 한다. 현재 문자에 대한 문맹률은 거의 제로다. 그런데 데이터 문맹률은 아직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얼마 전 모 금융감독원장이 보험 약관을 다 읽어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아마도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어떤 보험 약관은 깨알 같은 글씨로 무려 120페이지나 된다. 보험 약관을 다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문맹이 아님에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맹과 다름이 없다. 보험 약관과 같은 텍스트도 데이터다. 삶의 질이나 보건, 복지, 교육, 가족 등 국민 의식을 조사한 사회조사의 숫자도 데이터다. 주어진 데이터를 보고도 읽을 수 없거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면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숫자와 문자, 그리고 이미지와 동영상이 넘쳐나는 데이터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염병이든, 소비심리든, 교육 혁신이든, 저출산율이든 어떤 문제가 있다고 가정하자. 데이터 문맹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정의(원하는 가치)하는 것이다. 문제를 정의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된 결과를 해석하고 시각화하여 그 의미를 찾는 통찰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명한 의사결정, 즉 실행을 할 때 문제를 제대로 해결(가치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전체를 기획할 수 있는 데이터 기획도 필요하다.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습관화할 때 쉽게 강화할 수 있다.


△ 데이터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데이터 기획 프로세스


최근 정부는 디지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로 데이터를 강조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데이터 구축·개방·활용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과거에는 전문가가 전문적으로 이런 일을 했었다. 앞으로는 현업에 있는 모든 실무자와 의사결정자가 스스로 이런 접근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한때 자동차 운전은 전문기술이었기 때문에 전문가인 운전기사에 맡겼었다. 지금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반적인 일이다. 자동차의 구조와 공학을 모르더라도 운전을 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구조와 공학을 모르더라도 분석을 하고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데이터 분석에는 면허조차 필요하지 않다. 디지털 혁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데이터 문맹을 탈출하기 위해 리터러시 역량을 높이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조사를 하고,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제공하는 사람들 역시 사용자들이 현명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왜곡 없는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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