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국립수목원
아이들이 어릴 때(10여 년 전) 갔었던 기억이 난다. 아내가 꼭 가고 싶어 했던 장소여서 봄꽃 구경할 겸 예약을 하고 찾았다. 둘째가 학교에서 넘어져서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일찍 나섰지만 수목원에 도착할 때는 벌써 점심때라서 주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몇 년을 벼르고 잡은 날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쏟아졌다. 비가 와야 봄 가뭄이 해갈되겠지만 왜 그날이 오늘이란 말인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식사하면서 큰 비는 피했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 하며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가 없어서 비를 맞으며 수목원을 찾았다. 비가 오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하는 변덕에도 불구하고 때론 비를 맞으며, 때론 비를 피하며 가볍게 산책을 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어서 더욱 호젓하게 느껴졌다. 몇 년 만의 수목원 나들이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하늘이 도와주셨다.
벚꽃은 나무에 붙어 있을 때도, 바람에 꽃잎이 휘날릴 때도,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 때도 여전히 멋있다. 피어 있을 때만 아름다운 목련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 옆에 진달래가 받쳐주니 꽃 대궐이 따로 없었다. 광릉의 국립수목원은 조선의 세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도시의 팍팍한 삶 속에서 잠시 시간을 내면 숲 속 친구들과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이런 곳을 마주할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