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팔순을 훌쩍 넘기신 어머님을 위해 활짝 핀 작약의 자태, 늙은 개는 하염없이 집 쪽을 바라보네. 오래오래 이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고향집에 어둠이 밀려온다.
현재의 집이 있기 이전 옛 초가집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뛰놀던 곳이다. 6.25 동란 때도 폭격을 피했던 그 집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 본다. 새마을운동 때 지붕개량으로 기와집이 되었다. 동네에서 대목일을 보셨던 아버님의 꼼꼼한 손질로 70여 년을 버틴 초가집을 헐고 현재의 조립식 주택으로 바꾸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칠순의 어머님이 혼자 관리하시기에는 벅찬 흙집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단출하지만 현대식 가옥이라 생활의 편의성은 옛날보다 좋아졌다.
산천은 그대로이지만 그 속에 함께 살아가는 식물과 동물의 모습은 사철 계속 바뀌고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순간 아버님도 옆에 있는 듯하다. 작약도 돌담도 그리움을 보탠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홀로 남으신 어머님을 위해 작은 자형이 데리고 온 새끼개는 어느덧 여기서 13년째 살고 있다. 동네에 사는 사촌 형수가 수시로 집에 들르는데 자꾸 짖어대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일 년에 몇 번 들르는 우리 가족을 보고는 짖지 않고 꼬리를 흔드는 것을 보면 꽤나 영리한 것 같다. 어머님과 함께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