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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닥터 구자룡 Dec 18. 2017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북브리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더숲, 2017.


시인 류시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오쇼 라즈니쉬가 해설한 칼릴 지브란의 < 예언자>를  번역한 <또 다른 여인이 나를 낳으리라> 책을 통해서다. 그리고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번역책 <성자가 된 청소부>, <영혼의 닭고기 수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등을 통해서다. 이런 책들이 명상과 요가와 영적 세계에 대한 동경과 목마름을 달래주었다. 아마도 내가 하지 못한 수행의 한 단면을 시인의 책을 통해 해소한 측면도 있다. 

이 산문집은 그동안 시인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되새김해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길게는 30여 년 마음속에 담고 살아온 나날들의 한 곳에 숨겨져 있었던 명상과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에세이가 시 같은 그런 느낌이 좋다. 글 맛이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글이 시가 된 듯한 느낌 때문에 류시화 시인의 작품을 좋아한다. 

삶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잊고 살았다. 책에서 "죽는 날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라는 문구에 해답이 있다. 그래 내가 선택하는 것이 삶이지. 지금까지도 그렇게 내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역시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는 그런 삶이어야 되지 않겠는가? 


p.12. 투우장 한쪽에는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친 소는 자신이 정한 그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며 힘을 모은다. 기운을 되찾아 계속 싸우기 위해서다. 그곳에 있으면 소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소만 아는 그 자리를 스페인 어로 퀘렌시아(Querencia)라고 부른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p.17. 나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 가장 나 자신답고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곳은?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나의 퀘렌시아를 갖는 일이 곧 나를 지키고 삶을 사랑하는 길이다.

p.26. 소리 지를 때 더 고통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불붙은 석탄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부터 화상을 입는다.

p.35. 트레킹의 진정한 의미는 목표 지점에 서둘러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의 매 순간을 즐기고 감동했는가’에 있다. 그 즐거움과 감동이 고난을 불사른다.

p.44. 집을 떠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진 사람만이 성장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p.45. 죽는 날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

p.46.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p.55.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놓친 것은 ‘지금 이 순간들’이다. 

p.72. 깊이 바라보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p.107. 우리가 장소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아직 그 장소가 가진 혼에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슴을 그곳에 갖다 대지 않은 것이다. 아직 자신과 그 장소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p.109.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 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잡으라. 인생은 관광(tour)이 아니라 여행(travel)이다. 

p.135. 우리가 가장 많이 맞는 화살은 스스로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다.

p.135. 이미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는 지름길이다.

p.164. 진리를 발견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따르지 말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을 따르라고 현자들은 권한다.

p.165. 벽에 누군가가 문을 그려 놓았다고 해서 문이 아니다. 단지 그것이 문이라고 우리의 마음이 세뇌당했을 뿐이다. 문은 우리 스스로 벽을 뚫어야 만들어진다.

p.178. 우리는 사랑을 ‘한다do’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사랑을 ‘사는live’ 것이다.

p.191. 관찰일기.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잠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노트에 답을 적는다. 

오늘 놀라운 일은 무엇이었는가?

p.192. 영적인 깨어남이란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원하고 새로운 장소를 갈구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새로운 눈이다.

p.201.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 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p.272. 관념과 공식에서 벗어나 이 삶을 최대한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해는 머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p.276. "진정한 여행은 어딘가에 가는 행위, 그 자체다. 일단 도착하면 여행은 끝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끝에서부터 시작한다.”라고 소설가 위고 베를롬(Hugo Verlomme)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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