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른스럽다는 건

좋은 걸까? 아니면 불쌍한 걸까?

by 추억과기억

"아이고~ 애가 참 어른스럽네~"

어린 시절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어른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으면 괜히 뿌듯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생각이 깊다 등의 긍정적인 뜻을 담아서 표현한 칭찬이라는 생각은 그 말을 더 듣도록 행동하게 했다.


시간이 흘러 진짜 어른의 나이에 들어서면서 돌아보니 의문이 생겼다.

'과연 당시에 그 말을 들은 나는 좋은 걸까?'

그에 대한 정리를 이제 조금은 할 수 있을 거 같다.


어쩌다가


'아이가 어른스럽다'는 건 아이라는 대상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는 철없이 행동하고 말을 잘 안 듣기도 하는 등 장난기가 많고 투정 부리는 게 일상인 경우가 많다. 아직 미성숙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어른에 비해 더 많이 한다. 물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지만 그런 특성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생물학적인 특성을 뒤엎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어쩌다가 그렇게 바뀌었을까?


눈치


주변 환경에 의해서든 타고난 성격에 의해서든 상관없다.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는 또래에 비해 성숙 아니 어른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다. 성숙하게 행동한다는 건 결국 그 상황에 맞게 잘 처신한다는 걸 의미하는 거니까.


어떻게


내 행동이나 말이 어떤 불씨가 되지는 않을지, 어떻게 스며들어야 불이익이 오지 않을지 등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른 여러 고민을 하고 눈치 있게 행동하여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 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눈치를 잘 볼 수 있는 건 체득(體得)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때론 다투기도 하며 성장해 간다. 그 과정 속에서 이런 행동이 민폐구나라는 걸 느끼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걸 배우며 자라는 게 일반적인 루트다. 대개는 다툼이나 혼나는 상황을 통해서 깨닫고 눈치를 체득해 나간다.


회사에서는 어떤가? 어떤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하거나 처음 입사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적응해 가면서 눈치를 터득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낄 불안, 불편함 등은 눈치껏 행동하라는 마음속 움직임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서 눈치는 빨리 자라나게 되고 그렇게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데 이걸 아이 때부터 체득했다면 어떻게 생각이 드는가? 칭찬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된다. 어떤 상황에 놓여있길래 벌써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건지 하는 걱정말이다.


그럼 아이는 어떻게 체득한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게 집안에서의 분위기다. 아니 가장 큰 요인이다. 부모님 모두가 아이에게 나쁘게 해서 일 수도 있고 한분이 아이에게 나쁘게 해서 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에게 나쁘게 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아이는 자연스럽게 눈치를 빨리 보게 된다. '어떤 말이 나오지는 않을까?', '이런 행동으로 전에 싸웠는데 또 하시네?' 등 두 사람의 모든 행동과 말에 대해 신경 쓰게 되면서 체득한다. 안에서 얻은 눈치를 밖에서 저절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는 어른스럽다는 칭찬으로 돌아온다. (당시에는) 이런 선순환으로 착하디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이제 와서


안에서 불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눈치가 밖에서는 도움이 되는 혼란 속에서 아이는 자라나게 된다. 학교에서의 생활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꽤나 인정받기도 했을 거다. 밉보일 짓은 잘하지 않게 되니까. 그리고 또래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매력까지 있으니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혼란 속에서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안타깝다. 밖에서 눈치 보고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 안에서 눈치 보고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을 걸 생각하면 심지어 불쌍하다. 그동안 어떻게 버텼을지를 돌아보니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이 '어른스럽다'이지 않을까 싶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건 좋지만 아이에서 어른까지의 시간을 순식간에 뛰어넘게 보인다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런 거 같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