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가 대담해질 수 있었던 한 가지

이걸로 가능하게 될 줄이야

by 추억과기억

성격이 변신했다고는 해도 겁이 많은 사람은 모든 게 무섭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그렇고 일 때문에 보고하는 것도 그렇고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기다리는 것도 그렇다. 그러다 보면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하고 평가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를 이겨낼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그건 사람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겁이 많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자신이 하지 않았지만 벌어져있는 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걸 부정할 수도 없으니 맞설 용기도 없기 때문에 움직인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치기 마련이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욱.


어느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내가 왜?


억울함이 잔뜩 담긴 말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해결해야 하지? 등의 생각이 덮쳐오면서 너무 억울했다. 내게도 목표가 있고 살고 싶은 인생이 있는데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날 소모시키고 싶지 않았다.


억울함이 나를 감쌌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심해서 겁이 많았던 건 나를 계속 머물게만 할 뿐이고 이렇게 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죽겠다는 직감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인생은 현실이고 고통이다. 게임에서 설정을 변경하거나 작품에서의 내용 설정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의 변화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는 걸 피부로 느꼈던 순간이다.


보통 억울하면 울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남들에게 박혀버린 인식 속의 일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해소되더라도 사람들 인식에 은근히 남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눈물은 커녕 울컥하지도 않았다. 억울함에 대한 분노가 눈물이 흐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렇게 지내면서 얻은 게 있다. 바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만난 사람이 기분 나쁘게 말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을 때의 두려움, 모르는 사람을 대해야 할 때의 두려움 등은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필터기가 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었고 가진 능력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살다 보니까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불행하게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라는 자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겁이 많고 소심해서 겪었던 아쉬운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억울한 현실 때문에 내가 불행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토록 노력했던 두려움 떨쳐내기에 성공했다.


나를 억울하게 만든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로또가 아닌 이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자각한 진짜 두려움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 현실을 탈출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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