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소개하는 양식을 채워본 적이 있을 거다. 장래희망, 특기, 좌우명 등 자신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자문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중에서 '취미'라는 칸을 채울 때면 특기와 헷갈려서 매번 같은 걸 적었던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을 거다. 나처럼.
취미는 흥미를 가지고 하는 거, 특기는 잘하는 거로 외웠는데 그때는 특기를 찾는 것이 어려워 취미와 같은 걸로 생각했던 거 같다. 뭔가를 잘한다고 적어내는 것이 부끄러워서이기도 하고. 반면 취미는 쉽게 적어냈다. 축구를 자주 해서 축구,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해서 컴퓨터 게임처럼 학교와 학원을 안 갈 때 하는 것을 적어내면 됐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적어라고 하면 쉽게 적었던 취미에 빈칸을 내는 사람이 꽤나 많을 거다. 취미 생활을 가진다는 평범한 삶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취미 생활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스트레스 해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때론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내가 재미있어하는 어떤 걸 통해 해소하고 스스로를 충전해서 또다시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그게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다.
하지만 취미생활자체가 버거운 사람들도 많다. 취미 생활 자체를 가진다는 게 피곤한 사람도 있고 취미라고 이름 붙일만한 걸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취미 생활을 한다는 거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느 순간 힙합음악에 빠져 랩 하는 게 멋져 보였던 적이 있다. 그냥 듣기만 하던 사람이 입 밖으로 꺼내고 따라 부른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방법은 하나다. 바로 연습뿐. 그래서 주말마다 동전 노래방에 가서 무작정 연습하기 시작했다. 버벅거리기만 하다가 노래 1곡을 날리기를 몇 번, 끝내 원하던 곡을 완창 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또 가서 다른 곡을 성공하고 또 다른 곡을 성공하다 보니까 취미 생활이라고는 전혀 없던 내게 취미가 생겼다.
하지만 개인 사정과 주변 환경이 더 안 좋아지면서 소위 N잡을 할 수밖에 없어졌다. 어쩌면 본업보다 N번째의 일 중에서 대박이 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졌다. 퇴근 후는 물론 주말에는 카페로 출근해서 N잡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게 일주일의 루틴이 되었다. 그렇게 중학생 이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취미 생활은 생각조차 나지 않게 됐다. 현실이 고달프고 환경을 탈출하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취미란 나와 다른 사람이 누리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동전 노래방에서 몇 곡 부르는 것, 헬스장 운동하기 등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평범한 일상을 대표하는 취미 생활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순간에 가능한 휴가라는 게 현실이다.
잠시 시간을 내서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시간조차 현실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면 그저 꿈같은 일이 된다. 그냥.. 취미는 가져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