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대통합
집안 가족들은 종교가 있지만 나와 동생은 딱히 믿는 종교가 없었다. 그래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모든 절대자의 위치에 있는 존재에게 간절히 비는 것이. 아무래도 하루동안 일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은 데다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해서 더 간절했던 거 같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외면한 채 잠까지 설치면서 빌었다. 그러고 부족한 집중력을 끌어모아 억지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카톡이 왔다. 그리고 내가 한 종교 대통합은 생각보다 강력했음을 느꼈다. 한비가 깨어났고 회복을 위해 물을 열심히 먹는 영상까지 카톡으로 받은 것이다.
그렇게 들리지 않을 누군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진심으로 올렸다.
못난 주인을 대신하여 한비를 살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비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욕심이었을까. 마지막 말을 붙이지 않았어야 했다.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2
고모는 감사하게도 한비의 근황을 카톡으로 전달해 주셨다. 땅의 먼지를 쓸고 다니던 배는 종양과 암이 사라지면서 홀쭉해졌고 머리와 눈가에 있던 거 역시 사라졌다. 그렇게나 예쁜 한비의 얼굴과 몸이 다시 깔끔해진 것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2가지였다.
첫째, 공부에 집중했던 것
쉽지는 않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합격해서 한비는 물론 가족이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는 거다.
둘째, 한비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것
아픈 몸으로 타지까지 가서 고생한 한비니까 얼른 다시 돌아와서 힐링할 수 있도록 회복을 바라는 거다.
그런 생각을 말하며 의지를 불태웠는데 아픈 소식을 들었다. 한비를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는 거다. 체력적으로 회복되더라도 차 타고 몇 시간을 다니는 게 쉽지 않고 오더라도 꾸준한 치료가 필수이기 때문에 수술받은 곳을 계속 다니는 게 한비에게 좋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예삐를 보내고 다시 데려오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그때와 나는 조금도 바뀐 게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자격 없는 사람입니다
방문을 닫고 자기 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라는 단순하고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앞서 할 수 있는 거라 믿은 2가지가 답이었다. 공부에 집중해서 시험을 빨리 끝내고 한비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처해진 상황에서의 최선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했던 거 같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었으니까. 다행히 한비가 산책하는 사진이나 영상, 치매 증상이 있지만 이름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영상 등으로 한비에 대한 그리움을 안도로 채울 수 있었다. 모모도 있었기 때문에 반려견과 놀고 싶을 때는 모모와 놀면서 다른 재미를 채웠다.
그렇게 2~3개월이 흐른 거 같다. 유난히 집중이 되지 않았던 그날을 버티고 조금 일찍 들어갔었다. 그렇게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2019년 5월 30일 14살의 나이로 한비는 먼저 우리와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떠나기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고 힘든 모습을 보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물 등은 듣지 않았고 한번 더 수술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분이나 한비의 체력적인 부분이 도와주지 못했다. 아빠와 고모의 상의 끝에 눈물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그렇게 한비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됐다.
막연하게만 떠올렸던 순간을 마주하니까 먹먹했다. 한비를 기억하기보다는 추억하고 싶어서 감정도 글로 남겼다. 그리고 많은 걸 깨달으며 눈물로 밤을 보냈다. '당연한 건 없다'는 절대적이고 잊기 쉬운 진리를 강렬하게 새기게 됐다.
12살부터 친구였던 한비는 내가 26살이 되었을 때 다시 볼 수 없게 된 현실이 잔인하고 무서웠다. 흐르는 시간은 나에게만 다가온 거처럼 치부했고 억울함과 체념으로 나이를 먹어갈 때 고통 속에서도 나를 맞이하고 다가와준 한비에게 미안함이 너무 컸다.
화장까지 끝나고 듬직해서 무거웠던 한비는 가루로 작은 상자에 들어갔고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비가 주로 쓰던 개집과 방석 위 선반에 가벼워진 한비를 올리고 한없이 울었다. 여전히 한비가 쓰던 게 그대로여서인지 몰라도 선반에 올리고 일어나는데 한비 냄새가 가득히 코안을 가득 채웠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거 같아서 더 견딜 수 없는 미안함이 내 마음을 너무나 흔들었다.
미안해 한비야... 너무 고맙고 미안해..
추억하려는 건 욕심이라고 미안함이 가르쳤다. 그렇다.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