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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May 06. 2020

2-6.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축구는 알 수없다.

가비와 약속한 일요일이 다가왔다. 숙소에서 마주칠 때마다 축구약속을 되새겼기에 나는 축구를 할 기대에 가득찼다. 오후 1시에 출발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12시부터 숙소 마당에서 가비를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한 1시가 되어도, 그리고 또 30분이 지나도 가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핸드폰 유심도 없었기 때문에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아 남미는 남미구나'


라는 생각과 축구를 못한다는 생각에 실망했다. 일찍이 페루에서 생활했었던 내 오랜 친구와 연락을 했다.


'야 여기 원래 이러냐?'

-임마 거기 남미야. 남미가 남미한거지 뭐~

'아닌데 얘는 좀 달랐는데 착했는데...'

가비와 한인촌에 있는 중국집에서 식사 하기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식은 정말 훌륭하다.

저녁에 숙소에서 가비를 마주쳤다.


'가비!!'


내가 이름을 부르자, 가비는 그제서야 약속한 사실을 떠오른 눈치였다. 정말 미안한 낯으로 사과를 한다. 어설픈 영어로 진심을 담아...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토요일 저녁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도시의 친구집에 갔었고 그 때문에 축구 모임을 자기도 못갔다고 한다. 미리 알려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한다. 다음주에는 반드시 같이 갈 수 있을것이다. 라고 몇번이고 약속했다.


약속 어기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고 사과도 기대하지 말라던 친구의 예상은 빗나갔다. 내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알고 지낸 가비는 끝까지 순수했고 신사다웠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다시 일요일이 다가왔다. 가비는 약속시간에 숙소 마당에 나타났고, 나는 가비와 함께 숙소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잔디밭에 도착했다. 거기엔 딱봐도 선수같이 생긴 까맣고 큰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모두 카메룬에서 온 친구들이고 딱 봐도 축구 한가닥들 하게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몸을 푸는데 볼다루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맨 앞에 빨간 나시를 입은 친구와 회색티를 입은 친구는 아르헨티나 3부리그 선수라고 한다. 정말 잘했다.


7:7정도 미니게임을 하는데, 다들 승부욕이 끝이 없다. 조금 오버해서 목숨을 걸고 뛴다. 공을 갈구하고 골을 넣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카메룬에서 온 친구들의 친목 모임정도로 생각했는데, 정식 시합만큼이나 치열하다. 다행인 것은 내가 저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인지 나와는 따로 언쟁을 안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10분마다 한번씩 큰 언쟁이 생긴다. 주로 파울이냐 아니냐, (대충 만들어 놓은 간이 골대 덕에) 골이다 아니다로 싸우는데, 이게 그렇게 싸울 일인가 싶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축구는 시작됐다. 비록 정식 라인도 없고 골대도 없는 잔디밭에서의 축구지만, 


'나는 아르헨티나에 왔고, 축구를 시작했다.'

좋은 날씨, 즐거운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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