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가르, 풋볼.
아르헨티나에 와 어딜가든, 처음 만난 상대에게 듣는 질문이 몇개 있다.
"너 언제 여기 왔어?"
"여행 중이야?"
"얼마나 아르헨티나에 있을꺼야?"
이런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들에 '2주 됐나?' '여행은 아니고...여행일까?' '아직 잘 모르겠어' 처럼 조금 요상하게 대답을 한다면 추가로 물어보는 질문이있다.
"아르헨티나는 왜 온거야?"
이 질문엔 잘 알지도 못하는 스페인어로 명확하게 눈을 크게 뜨고 대답한다.
'Jugar football!'(축구 하러!)
메시를 닮은 호스텔 주인 세자르도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난 'Jugar football' 이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당연히 아르헨티나에 왔으니 축구도 해야지. 여행온거야?
라는 질문에 진지한 눈으로
'진짜 축구하러 온거야.' 라고 말해줬다. 이내 진지한 눈빛을 알아챘는지 세자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 숙소에 선수들 몇 있어. 소개시켜줄게!!라고 말 한다.
에???이거 너무 처음부터 잘 풀리는거 아닌가??!!
숙소에는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축구선수로 성공하기위해 도전하는 친구가 둘 있었다. 한명은 콜롬비아에서 온 '산티' 이 친구는 열 아홉살로 아르헨티나 2부리그 '에스투디안떼' 에서 뛰고 있었다. 왼쪽 윙백 포지션이고 이 호스텔에서 일하며 지낸다. 따로 이렇게 일하는걸 보니 2부리그라도 벌이가 넉넉치는 않은것 같다. 호스텔에서 일하는 직원이라 마주칠 일이 많아 어느새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난 스페인어를 못하고, 산티는 영어를 못하니 깊은 이야기를 못해봤지만, 열심히 축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인건 그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한명은 카메룬에서 온 '타비 가브리엘' 이라는 친구인데, 아르헨티나 3부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10번의 포지션이고, 아르헨티나에서 상위리그를 가기위해 계속 도전중으로 모델일도 겸하고 있다. 고상한 성격에 아주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비록 말을 잘 통하지 않지만, '축구'라는 매개로 친해 질 수 있었다.
이들을 통하면 아르헨티나 축구 무대로 가는 길이 조금은 수월해 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산티는 2부리그 팀에 매일 훈련하러 간다. 갔다와서 숙소의 일을 한다. 워낙 바쁘기도 하고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바를 말할 수가 없었다. 다만 카메룬에서 온 친구 가브리엘은 영어를 어느정도 할 수 있었고, 숙소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가브리엘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일요일에 숙소 마당에 앉아있는데 가브리엘이 운동복장을 하고 나가는 것을 봤다. 재빨리 말을 걸었다.
'어디가?'
-축구하러!
'나도 가되 돼?'
-카메룬 친구들이랑 차러 가는건데, 내가 물어보고 알려줄게!
축구를 하고 온 가브리엘은 다음 주 부터 나와서 같이 해도 된다고 했고, 난 어쨋든 아르헨티나에서의 첫 축구를 하게 됐다는 사실에 기뻤다. 일요일만 기다렸다. 어쨋든 한국에서 갈고닦은 나의 축구를 보여주겠노라 다짐했고 일요일이 다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