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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Apr 04. 2019

2-3.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나라.

어렸을때 부터, 아르헨티나를 동경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것은 아니었다. 축구를 좋아했고, 사랑했던 아버지의 입에서 간간히 등장하던 '마라도나' 라는 축구선수가 시작이었던 듯 싶다. (여담이지만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가 채 되기도 전에 마라도나가 나오는 축구중계를 보기 위해 어머니를 서운하게 했던 그 때. 난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


마라도나에 호기심이 생겼고 영상을 찾아보며 빠져들었다. 역동적인 드리블과 정교한 왼발 그리고 당당함을 넘어선 뻔뻔함, 악동적인 기질까지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을 갖춘 선수였다. 왠지 '신사'다운척을 하는 펠레는 애초에 별 관심도 없었다. 마라도나는 곧 아르헨티나였고 아르헨티나는 곧 마라도나 였다.

내가 마라도나를 동경하기 시작한건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다.

그 이후, 마라도나 외에도 너무나 매력적인 선수들이 나를 사로 잡았다.


느린 발을 갖고 있지만, 게임을 바꿔놓는 플레이메이커 리켈메,

한박자 이상 빠른 슛으로 이름이 채 불리기도 전에 골을 넣어 '바티골'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티스투타,

킥 하나로 모든게 설명되는 베론,


이외에도 크레스포, 사비올라, 아이마르, 오르테가, 테베즈, 마스체라노,

마지막으로 어떤 형용사도 필요없는 축구의 신 '메시'까지.


어느새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모든것이 좋았다. 하늘색과 하얀색의 국기와 대표팀 유니폼, 탱고 그리고 그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나에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그런 의미였다.


잘 알지 못했으나, 아니 거의 알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꿈에 그리던 도시였다. 그런 나라, 그런 도시에 도착해서 이제 알아가려고 한다. 솔직히 너무나 큰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상상했던 그런 나라, 도시가 아니면 어쩌지. 큰 실망과 좌절을 할까? 그럼 난 어디로 가야 할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느 숙소에 도착해 깊은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래도 이른 아침이었다. 따뜻한 햇빛과 바람이 숙소내 마당에서 느껴졌다. 한 번 나가봐야겠다. 생각에 대충 짐을 챙기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내가 있는 지역이 정확히 어떤지역인지, 무슨동네인지 알지 못하나 그저 나섰다.(나중에 알게됐지만, 내가 머무는 숙소는 저렴한 대신 중심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조금은 위험한 동네였다.) 워낙 '남미 여행'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경계심도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내가 상상하던 나라일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나랑 잘 맞는 도시일까? 내가 여기서 '축구선수'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여전히 가지고 밖으로 나섰다.

첫날 숙소를 나선 풍경, 플로레스 근처.

그저 숙소주변을 걸어다녔다. 대낮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뛸 수 있는 축구팀을 찾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일 동안은 아르헨티나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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