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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축구 Mar 23. 2019

2-1.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인생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다.

2019년 3월 18일. 몇번이고 미뤄졌던 출국을 눈앞에 두니, 떨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떨릴 줄은 알았다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꽤나 떠나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불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괜한 짓 하는거 아닐까?'

'이렇게나 많은 응원을 받고도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가득차 흘러 넘쳤다. 다행히 나는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잘안다. 바로 좋은 사람 곁으로 가는 것이다. 만약 내가 갈 수 없다면 잠깐이라도 내 곁에 있어줄 것을 부탁한다. 출국전날, 친구 유태형이 한달음에 달려왔고, 그날 저녁엔 대학동기이자 오랜 친구 천승호가 달려와 나와 소주 한잔 기울여 주었다. 다들 없는 돈을 내어가며 날 챙겨주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출국 당일, 전날 마신 소주에 어지러웠지만, 마음이 더 어지러워 러닝을 뛰었다. 이런저런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천선생의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달렸다. 그때서야 이것저것 자세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는데, 경유하는 나라와 도시를 공항으로 가는 차안에서야 처음 알았다. 나도 참 대책없다.


그저 3월 18일 오후 8시 비행기를 타면 2~3번 갈아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는것만 알았지, 경유하는 나라나 도시는 모르고 있었다. 항공권 예약 프린트를 잘 보니 호주-시드니 를 거쳐 칠레-산티아고에서 한번 더 비행기를 갈아타고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공항까지 동행해준 천선생. 고마워!


'뭐 미리 안다고해서 크게 바뀔게 있을까?'


라고 위안삼았다. 공항에 도착하고, 정신없는 시간들이 바람같이 지나갔다. 나를 응원해 주러 온 친구들에게 애써 무던하게 보이려 애썼지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순식간에 벌컥벌컥 마셔놓고, 다시 커피를 찾고, 손에 핸드폰을 들고있으면서, 핸드폰이 어디있는지 찾았다.


그러다 출국장으로 들어섰는데, 얼마나 정신없었는지 마중나온 친구들에게 뒤를돌아 인사하지도 못하고 들어가 버렸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멋지게 인사하고 들어가던데...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는 흡사 제주도가는 비행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그 마저도 단체 여행객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많았다. 내 옆에 앉은 두 분도 시드니로 놀러가는 대학생? 직장인? 두명이었다. 총 30시간이 넘는 비행, 그중 10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 첫 비행이라 많이 힘들고 지겨울거라 예상했지만, 운좋게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게 되서 그런지 아주 편안하게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호주는 10여년전 홀로 배낭여행을 해봤다고 또 별로 긴장되거나 떨리지 않았다. 다만 한국에서 티켓팅을 할때 아시아나 직원분이 '산티아고'에서 짐을 한 번 찾아야 하는지, 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로 찾으면 되는지 꼭 물어보라고 해서 다음 비행기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에 문의를 했다. 


'나 서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데 여기, 산티아고 거쳐서 가, 짐 산티아고에서 찾아야해?'

-아니 너 부에노스아이레스 간다며, 거기서 찾는거지 그럼


뭐 컴퓨터 두들기는 척도 안하고 저렇게 대충말하니 신뢰가 안갔다. 더욱이 남미로 향하는 여행객중 짐을 분실했다거나, 짐이 엉뚱한 곳으로 갔다거나 하는 사고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불안감이 더 컸다. (확실히 한국이 뭐든 확실하고 빠르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기는 지연되고 있었다. 아시아나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정확히 출발했는데...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지연됐음에도 직원들은 여유롭다. 지연이 길어져서 다음 비행기를 못탄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조금 불안해졌다. 이내 '거긴 남미인데, 다음 비행기는 더 지연되겠지' 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비행기 안에는 동양인을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의 긴장이 이제야 좀 풀렸는지, '일단 남미는 가게됐다' 라는 생각에 잠이 쏟아졌다. 15시간 동안 기내식을 줄때만 귀신같이 일어나 먹고 계속 잤다. 체감으로는 금방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내가 겪지 못했던 분위기다.


동양인은 확실히 거의 찾기 힘들었고, 스페인어가 여기저기 날아 다녔다. 시드니 공항과 비교하자면, 분위기에 '#'이 한 서너개쯤 붙어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지나가는데 공항직원들이 말을 건다. 아마 내 행동거지를 보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당황했지만, 이런 정서가 왠지 반가웠다. 마음이 들뜨고 있었지만, 걱정되는 것도 있었다. 남미에 대한 편견인지 사실일지 모르는 정보들 때문 이었다. '도둑'이 많다. '강도'가 많다. 밤에는 엄청 위험하다..지금은 공항이라 '진짜 남미'를 모른다.


산티아고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단 몇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때쯤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해도 별 감흥이 없을것 같다.' 라는 한국에서의 생각과 달리 가슴이 터질것 같았다.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X발!!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왔어. 내가 드디어 아르헨티나에 왔다고!!"


2019년 3월 19일 오후 5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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