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사람과 대화할 때만큼 불편한 상황도 없다. 대화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강한 주장을 들이미는 글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주지 않는 글은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오만으로 가득하다. 설득력 있게 자기 생각을 전하는 데에는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사태를 보여주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니까, 잘 읽히는 글이 가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해진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글에는 ‘열린 표현’이 자주 나온다. 열린 표현이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는 표현이다. 열린 표현을 통해 문제 상황을 보여주는 글을 읽으면 독자는 글에 참여하여 그 문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가 된다.
반대로 사실보다는 그에 대한 특정 해석을 알려주려는 표현은 닫힌 표현이다. 이 표현은 저자의 생각이 따로 정해져 있기에 독자가 참여하고 판단할 여지가 별로 없다. 대화할 때,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사람과, 상황을 대충 말해주고 얼른 자기 생각이 어떤지 묻는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예)
“1995년 고(故) 김대현 군이 학교폭력으로 삶을 마감한 이후, 그의 아버지가 남은 인생을 바쳐 '청소년폭력예방재단'(현 푸른나무재단)을 세운 뒤에야, '학교폭력'이라는 현상이 우리 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열린 표현)
“학교 폭력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이들의 큰 노력이 있었다. 거꾸로 보자면 그만큼 사람들이 무관심했다는 뜻이다.”(닫힌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