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정 작업이 한창인 벨라루스 공화국은 대통령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표단을 백악관으로 보냈다. 벨라루스 대표단을 만난 백악관 공보수석 토비 지글러는 자리에 앉자마자 무심한 표정으로 말한다.
“의원내각제에 관해서 얘기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의원내각제는 싫습니다. 우린 대통령제를 원합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처럼 권한이 많아야 해요.”
“벨라루스 공화국은 야만적인 독재의 역사가 있어요. 강력한 행정부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일대 법대 교수진의 절반이 미국의 대통령제도는 미국의 가장 위험한 수출품 중의 하나라는 의견이에요. 대통령제는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서 큰 문제를 일으켰어요. 대통령제는 헌정질서 붕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벨라루스 대표단과 대통령제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토비 지글러 공보수석(웨스트윙 시즌6, 에피소드 14)
일정 수준의 민주적 정치문화와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대통령제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토비는 힘주어 강조한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제는 미국의 최악의 수출품’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대통령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후안 린쯔 예일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제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제는 신흥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본질적으로 권력분립 원칙이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보다도 헌정질서의 붕괴 위험이 더 높다. 민주적인 시민의식이나 정치문화가 결여된 국가에서는 일종의 민주주의 교착상태가 헌정질서의 위기를 불러오고, 이로 인한 군부의 개입과 민주주의 체제의 붕괴를 가져온다.”
대통령제를 수입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제는 최악의 수입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음을 생각하면 반박할만한 뚜렷한 구실을 찾기가 힘들다.
'대통령제'는 미국에서 처음 발명된 100% ‘메이드 인 USA’다.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헌법제정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지구 상에는 ‘대통령제’ 또는 ‘대통령 중심제’라는 정치체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레지던트 President’라는 단어 역시도 헌법제정회의 이전까지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제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순도 100%의 발명품”인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미국은 왜 대통령제를 발명했을까?”
“대통령제는 미국 민주주의의 대담한 발명품일까?”
아니면, “조지 워싱턴을 위한 헌정인가?”
“왜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를 발명해냈을까?” “대통령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을까?”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한 후의 연방 형성과정과 헌법 제정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