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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호퍼 Apr 02. 2021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면 대의원 표는 어디로?

후보 사퇴와 선거운동 중단의 차이

미국의 예비선거는 대의원 확보 싸움이다. 여름에 열리는 전당대회 전까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해야만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예비선거 중간에 어느 한 후보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때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예비선거 중간에 사퇴한 후보들이 확보했던 대의원 표의 향방이 결과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020년 3월 3일 14개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진 ‘슈퍼화요일’ 다음날 마이클 블룸버그는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경선에 참여한 지 101일 만이다. 이 경우 블룸버그가 확보했던 53명의 대의원 표는 어디로 갈까? 사표가 되는 걸까? 아니면, 대의원 각자의 재량껏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대의원은 자신이 애초에 지지하겠다고 밝혔던 후보에게 자신의 표를 행사해야 한다. 자신을 대의원으로 선출해준 유권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룸버그처럼 지지를 밝힌 후보가 중도에 사퇴한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당초 투표하기로 약속했던 후보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대의원은 투표권을 재량대로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사퇴하면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경우엔  예외가 적용된다. 53명의 대의원은 블룸버그의 의사에 기속 되지 않고 자유 투표권을 갖지만,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블룸버그는 사퇴 연설에서 슈퍼 화요일에 대승을 거둔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는 방법은 그걸 해낼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 뒤에서 연대하는 것이라고 믿어왔다. 어제 투표 이후 그 후보는 내 친구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조 바이든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사퇴가 아닌, 선거운동을 중단한 경우엔 복잡해진다.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선거운동만을 중단한 경우엔 법적으로는 여전히 후보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대의원은 일단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는 자신이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던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재투표를 하게 되면 대의원들은 자유 투표권을 갖게 된다. 

    

버니 샌더스도 블룸버그의 사퇴 3일 후에 영상을 통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블룸버그와 달리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불분명하게 했다. "경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능한 한 많은 대의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더구나 샌더스는 남은 경선 주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의원 확보를 통해 상징적으로 자신의 의제를 민주당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지만 “뒤끝 있는 찜찜한 사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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