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처럼, 우리 인생도 각자 다르게 비벼진다.
갈비찜 손님이 다녀간 지 2주가 지났다. 11월 중순, 서울은 본격적인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오서점 앞 은행나무 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억해야, 오늘 날씨 되게 춥다. 첫눈 올 것 같은데?"
해한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니는 항상 주방에만 있으니까 모르지. 밖에 사람들 다 패딩 입고 다닌다."
오늘은 유난히 가게가 한산했다. 예약도 없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추운 날씨 때문에 빠르게 걸어갔다.
오후 3시쯤, 가게 문이 열렸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분이 함께 들어왔다. 한 분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었고, 다른 한 분은 편한 캐주얼 복장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예약 없이도 가능할까요?"
"네, 어서 오세요."
두 분이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그들의 기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은 형제였다. 하지만 20년 넘게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 오늘이 그들이 다시 만난 첫날이었다.
정장을 입은 분은 형 박민수. 대기업 임원이었다. 캐주얼 복장의 분은 동생 박민호.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목공예가였다.
"여기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준다고 들었습니다."
형 민수 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네, 손님께서 원하시는 음식을 만들어드립니다."
"그럼... 비빔밥 가능할까요?"
동생 민호 씨가 말했다. 형은 동생을 힐끗 쳐다봤다.
"비빔밥이요?"
"네. 저희 어머니가... 해주시던 비빔밥이요."
나는 그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1985년 봄, 서울 변두리의 작은 한옥.
민수와 민호는 4살 터울의 형제였다. 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셨고, 어머니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셨다.
그들의 어머니는 매주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비빔밥을 먹는 전통을 만드셨다.
"얘들아, 비빔밥은 각자 다 다르게 먹어도 되는 거야. 형은 고추장 많이, 동생은 참기름 많이. 아빠는 김 많이. 엄마는 나물 많이. 그렇게 각자 자기 입맛대로 비비면 되는 거야.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이야."
어머니의 비빔밥은 특별했다.
밥은 가마솥에 지은 따끈따끈한 밥을 사용했다. 밥이 너무 되면 비비기 어렵고, 너무 무르면 맛이 없다고 하셨다.
나물은 다섯 가지를 준비하셨다. 시금치나물, 콩나물,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당근채. 각각의 나물은 정성스럽게 무쳐서 따로 준비하셨다.
시금치는 데쳐서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짜고, 참기름과 국간장, 다진 마늘로 무쳤다.
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떼지 않고 그대로 삶아서, 소금과 참기름, 통깨로 무쳤다.
도라지는 가늘게 찢어서 소금으로 주물러 쓴맛을 빼고, 참기름과 설탕, 통깨로 무쳤다.
고사리는 삶아서 간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볶았다.
당근은 채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 숨을 죽인 후, 참기름에 살짝 볶았다.
그리고 계란 후라이를 반숙으로 구워서 올렸다. 김도 바삭하게 구워서 부숴서 올렸다.
고추장은 직접 담근 것을 사용했고, 참기름과 통깨를 듬뿍 준비했다.
"자, 이제 각자 비벼봐. 엄마는 니희들이 비비는 거 보는 게 제일 좋아."
어린 민수와 민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비빔밥을 비볐다. 형은 고추장을 많이 넣어서 빨갛게, 동생은 참기름을 많이 넣어서 윤기나게.
"엄마, 저 다 비볐어요!"
"그래, 우리 민호 잘했다. 민수야, 너도 다 비볐어?"
"네!"
"그럼 이제 다 같이 먹자. 자, 아빠도 비벼야지."
일요일 점심,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비빔밥을 먹는 시간. 그것이 그들 형제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은 1998년에서 크게 갈라졌다.
IMF 외환위기. 아버지의 공장이 부도가 났다. 빚더미에 앉은 아버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민수는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다.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어머니와 고등학생이었던 동생 민호를 먹여 살려야 했다.
민수는 낮에는 공사판에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잠은 하루에 3-4시간만 잤다.
"형, 나도 일할게. 학교 그만둘게."
"안 돼. 너는 꼭 대학 가야 해. 형이 다 해결할 거니까 너는 공부만 해."
민호는 형의 희생으로 대학에 갔다.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2003년,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암이었다. 말기였다.
병원비가 필요했다. 민수는 온갖 일을 다 했다. 빚도 얻었다.
어머니는 병상에서 두 아들을 불렀다.
"민수야, 민호야... 엄마가 미안하다. 너희한테 이렇게밖에 못 해줘서..."
"엄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민수야, 너무 무리하지 마. 민호야, 형 말 잘 들어. 너희 둘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해. 알았지?"
"네, 엄마."
"그리고... 일요일마다 비빔밥 해 먹어. 각자 따로 살아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비빔밥 먹으면서 서로 생각해. 약속해."
"네, 엄마..."
어머니는 그렇게 떠나셨다.
장례식 후 일주일 뒤, 형제는 처음으로 크게 다퉜다.
"형, 나도 이제 취직했어. 내가 빚 갚는 것 도와줄게."
"아니야. 너는 네 인생 살아. 이 빚은 내가 갚을 거야."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가족 빚인데."
"민호야, 너는 몰라. 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는 내 청춘을 다 버렸어. 네가 대학 다니는 동안 나는..."
"그래서? 그래서 나보고 평생 죄책감 가지고 살라고? 형이 희생한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너는 그냥 네 인생이나 잘 살아. 나한테 신경 쓰지 마."
"형... 형은 나를 동생으로 안 보는 거야? 그냥 짐으로만 보는 거야?"
"그게 아니라..."
"됐어.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할 말 없어. 나는 이제 형 인생에 짐이 되기 싫어."
그 후로 민호는 연락을 끊었다. 민수도 동생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20년이 흘렀다.
민수는 악착같이 일해서 결국 대기업 임원이 되었다. 빚도 다 갚았다.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민호는 목공예를 배워서 작은 공방을 운영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형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일요일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집에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며. 하지만 서로에게 연락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호의 딸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 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민호와 아내, 그 누구도 매칭이 되지 않았다.
의사가 말했다.
"형제분이 계시면 한번 검사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민호는 20년 만에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나야. 민호야."
"...민호야?"
"형, 나한테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어. 우리 딸이..."
민호는 사정을 설명했다. 민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당장 병원 어디야? 내가 지금 갈게."
검사 결과, 민수와 조카는 완벽하게 매칭되었다.
"형... 고마워."
"고맙긴. 내 조카인데."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조카는 회복 중이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 민수가 말했다.
"민호야, 우리... 밥이나 먹을까?"
"...응."
"어디 가고 싶어?"
"형, 예전에 엄마가 해주시던... 비빔밥 먹고 싶어."
그렇게 두 사람은 검색 끝에 '기억요리사'를 찾아왔다.
나는 그들의 기억을 다 본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비빔밥을 만들어야 했다. 정확히 그 맛으로.
먼저 밥부터 준비했다. 가마솥은 없지만 뚝배기에 밥을 지어 최대한 솥밥의 느낌을 살리기로 했다. 쌀 2컵을 깨끗이 씻어 30분간 불렸다. 물은 쌀보다 약간 적게, 1.8컵 정도로 맞췄다. 센 불에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15분, 그리고 불을 끄고 10분간 뜸을 들였다. 밥알이 너무 되면 비비기 어렵고, 너무 무르면 맛이 없다는 어머니의 철칙을 기억하며.
나물 다섯 가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금치 200g을 다듬었다. 뿌리의 흙을 깨끗이 씻어내되, 뿌리 부분은 십자로 칼집을 내어 함께 사용했다. 어머니는 "시금치 뿌리가 제일 달고 맛있다"고 하셨다. 끓는 물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줄기 부분을 먼저 넣어 10초, 그다음 잎 부분을 넣어 20초만 데쳤다. 너무 오래 데치면 영양도 빠져나가고 식감도 흐물흐물해진다. 바로 찬물에 헹궈 색을 고정시키고, 물기를 꼭 짰다. 이때 너무 세게 짜면 시금치가 뭉개지니 적당한 힘으로. 물기를 제거한 시금치는 4-5cm 길이로 썰어 볼에 담았다. 다진 마늘 1/2작은술, 국간장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2작은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손맛이 중요한 순간이다.
콩나물 150g은 어머니의 방식대로 머리와 꼬리를 떼지 않았다. "자연이 준 그대로 먹는 게 제일 좋다"는 어머니의 철학이었다. 냄비에 물 2컵을 넣고 콩나물을 넣었다.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여 5분간 삶았다. 중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참았다. 삶아진 콩나물은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약간 식혔다. 뜨거울 때 무치면 양념이 잘 배지 않는다. 볼에 담아 소금 1/4작은술, 다진 파 1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작은술을 넣고 살살 버무렸다. 콩나물은 약해서 너무 세게 무치면 부러진다.
도라지 100g을 준비했다. 껍질을 벗기고 가늘게 찢었다. 손으로 찢어야 양념이 잘 배고 씹는 맛도 좋다. 찢은 도라지는 볼에 담아 소금 1작은술을 넣고 10분간 주물렀다. 쓴맛을 빼는 과정이다. 물에 2-3번 헹궈 쓴맛과 염분을 제거했다. 물기를 꼭 짜고 고춧가루 1/2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설탕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1/2작은술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도라지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삶은 고사리 150g을 준비했다. 5-6cm 길이로 썰었다. 팬에 참기름 1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 1작은술을 먼저 볶아 향을 냈다. 고사리를 넣고 중불에서 2분간 볶다가 국간장 1.5큰술, 물 3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어 약불에서 7-8분간 졸였다. 국물이 자작하게 남을 때까지. 마지막에 참기름 1/2작은술, 통깨 1/2작은술을 넣고 마무리했다. 고사리는 양념이 충분히 배어야 맛있다.
당근 1개(약 150g)를 4-5cm 길이, 0.3cm 두께로 채 썰었다. 너무 가늘면 볶을 때 타고, 너무 굵으면 씹히지 않는다. 볼에 담아 소금 1/4작은술을 뿌려 5분간 두어 숨을 죽였다. 물기가 나오면 가볍게 짜냈다. 팬에 참기름 1작은술을 두르고 중불에서 당근을 넣어 1분 30초간 볶았다.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너무 오래 볶지 않았다. 소금 한 꼬집, 통깨 1/2작은술로 간을 마무리했다.
쇠고기(불고기용) 100g은 키친타월로 핏물을 제거하고 얇게 채 썰었다. 간장 1작은술, 설탕 1/2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후추 약간으로 밑간했다. 10분간 재워두었다가 팬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센 불에서 재빠르게 볶아냈다. 너무 오래 볶으면 질겨진다.
계란 2개는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지단을 부쳤다. 어머니는 항상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부셔서 채 썰어 올리셨다. 색감도 예쁘고, 비빌 때 골고루 섞이기 때문이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약불에서 천천히 부쳤다. 기포가 생기지 않게 조심스럽게. 식혀서 돌돌 말아 0.5cm 폭으로 채 썰었다.
김 2장은 가스불에 살짝 구워 바삭하게 만들었다. 손으로 잘게 부숴서 준비했다.
고추장 양념장을 만들었다.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 물 1큰술을 섞어 농도를 맞췄다. 어머니의 양념장은 너무 되지도, 너무 묽지도 않게 적당한 농도를 유지했다.
큰 놋그릇 두 개를 준비했다. 뜨거운 밥을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준비한 나물들을 각각 예쁘게 올렸다. 시금치, 콩나물, 도라지, 고사리, 당근을 부채꼴 모양으로 배치했다. 가운데는 소고기 볶음을 올리고, 그 위에 노란 지단과 흰 지단을 교차로 올렸다. 부순 김을 전체에 뿌리고, 양념장을 작은 그릇에 담아 함께 냈다. 참기름과 통깨도 따로 준비해서 각자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게 했다.
어머니의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다섯 가지 색깔의 나물이 조화를 이루는 그 모습은 마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것 같았다.
"비빔밥 나왔습니다."
두 그릇을 형제 앞에 놓았다.
그들은 비빔밥을 보고 잠시 말이 없었다.
"이거... 엄마 비빔밥이야."
민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응."
"형, 나... 비빔밥 어떻게 비비는지 까먹었어. 엄마가 어떻게 비비라고 했더라?"
"바보야. 각자 자기 입맛대로 비비면 된다고 했잖아."
"아... 맞다."
민호는 참기름을 많이 넣어서 비비기 시작했다. 민수는 고추장을 많이 넣어서 비볐다.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주었다.
5분쯤 지났을까. 민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형... 미안해. 형이 그렇게 고생한 거 알면서도... 나는..."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나도 네 마음 생각 못 하고... 그냥 내가 다 짊어지려고만 했어."
"형, 나 형이 미워서 연락 안 한 거 아니야. 형한테 짐이 되는 게 싫었어. 형이 날 보면 힘들었던 과거만 생각날까 봐..."
"민호야, 너는 내 짐이 아니라 내 이유였어. 내가 힘들 때마다 '동생은 잘 살아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버텼어. 그게 나한테는 힘이었어."
"형..."
"그리고... 엄마 약속 지켰어?"
"...응. 20년 동안 일요일마다 비빔밥 먹었어. 형은?"
"나도."
두 사람은 울면서 웃었다.
"형, 우리 이제 같이 먹자. 일요일마다."
"...그래."
나는 주방에서 나와 그들 옆에 앉았다.
"손님들, 어머니께서 비빔밥을 해주신 이유를 아시나요?"
"...아니요."
"비빔밥은 각자 다르게 비벼도 결국 같은 그릇에서 나온 음식이에요. 형은 고추장을 많이 넣고, 동생은 참기름을 많이 넣어도, 그 시작은 같아요.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 그 밥과 나물들로 시작하는 거죠."
"..."
"어머니께서는 두 분이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라는 걸 잊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형은 형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 뿌리는 같다고."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빔밥은 혼자 비비는 것보다 함께 나눠 먹을 때 더 맛있어요. 각자 다르게 비빈 비빔밥을 조금씩 나눠 먹으면서 '너는 이렇게 먹는구나' 하고 배우는 거죠."
"사장님..."
"두 분, 이제는 함께 비비세요. 20년 동안 각자 비벼 먹었으니, 이제는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비비면서 서로의 인생 이야기도 나누세요."
민호가 형을 바라봤다.
"형, 나 형 인생 궁금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나도 네 이야기 듣고 싶다. 목공예는 왜 시작했어?"
"나... 형이 그렇게 고생하는 거 보면서 생각했어. 나는 사람들이 오래 쓸 수 있는 걸 만들고 싶다고. 형이 날 위해 소중한 시간을 다 쓴 것처럼, 나도 사람들을 위해 오래 쓸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
민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 그런 생각을 했구나."
"응. 형, 우리 딸한테도 엄마 비빔밥 해주고 싶어. 우리가 배운 것처럼."
"그래. 좋은 생각이다. 나도 조카한테 삼촌으로서..."
"형, 이제 우리 집에 놀러 와. 조카가 형 보고 싶어 해."
"...그래. 갈게."
두 사람은 비빔밥을 다 먹고 일어났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20년 만에... 형제를 되찾았어요."
"아니에요. 두 분은 20년 동안 한 번도 형제이기를 멈춘 적이 없어요. 다만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을 뿐이죠."
그들이 나가려고 할 때, 나는 작은 봉투 두 개를 건넸다.
"이거... 뭐예요?"
"어머니의 비빔밥 레시피예요. 두 분이 조카분께 해주실 때 참고하세요."
민호가 봉투를 받아들고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들이 나간 후, 해한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억해야, 니는 정말... 가족을 이어주는구나."
"그런가?"
"응. 끊어진 것 같았던 인연을 음식으로 다시 이어주잖아."
"음식이 이어주는 게 아니야. 원래 이어져 있었던 거지. 다만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야."
그날 밤, 나는 민수와 민호의 마지막 기억을 볼 수 있었다.
두 형제는 민호의 집으로 함께 갔다. 병원에서 퇴원한 조카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삼촌!"
"어? 너... 나 알아?"
"응! 아빠가 사진 보여줬어. 삼촌이 나 살려줬다며?"
민수는 조카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 조카, 이제 다 나았구나."
"응! 삼촌, 오늘 저녁에 뭐 먹어요?"
민호가 대답했다.
"비빔밥 먹을까? 할머니가 해주시던 비빔밥."
"좋아!"
그날 저녁, 민호의 작은 주방에서 형제는 함께 비빔밥을 만들었다.
"형, 시금치는 이렇게 무치는 거 맞지?"
"응. 근데 참기름 좀 더 넣어."
"아, 맞다. 엄마가 그러셨지."
딸아이는 아빠와 삼촌이 함께 요리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아빠, 삼촌이랑 사이좋네?"
"응. 삼촌은 아빠의 제일 소중한 사람이야."
민수가 조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나중에 동생이나 형제 생기면 꼭 사이좋게 지내야 해. 약속?"
"네!"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네 식구가 둘러앉았다.
"자, 각자 자기 입맛대로 비벼봐."
조카는 참기름을 많이 넣어서 비볐다. 아빠를 닮았다.
"삼촌, 삼촌은 어떻게 비벼요?"
"삼촌은 말이야, 고추장을 많이 넣어."
"왜요?"
"그게... 삼촌 스타일이거든."
민호가 형을 보며 웃었다. 민수도 웃었다.
20년 만에, 그들은 다시 같은 테이블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일요일의 비빔밥.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을 이어주는 약속이었다.
일주일 후, 민수에게서 문자가 왔다.
"사장님, 어제 일요일에 동생네 가서 함께 비빔밥 먹었습니다. 조카가 삼촌 비빔밥이 제일 맛있대요. 20년 동안 잃어버렸던 가족을 되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비빔밥처럼, 우리 인생도 각자 다르게 비벼진다.
하지만 그 시작은 모두 같은 곳에서 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같은 테이블에서 만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가족이고, 그것이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