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내려놓기>란?

아셋맘의 사물정의

by 이지현

저는 매주 수요일마다,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님들을

연극치료사로 만납니다.


첫 시간,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싶으신지

자연물 중 하나를 골라달라 했습니다.



솔향기가 좋아 '소나무'님.

여기저기 가고싶기에 '구름'님.

삐대도 삐대도 솟아나오는 '잔디'님.

평범한 비가 좋다는 '일반비'님.

그냥 물이 좋아서 '흐르는물'님.

배를 좋아해서 '큰배'님.

첫인상이 강한 이미지라는 '백장미'님.

푸르름이 좋아 '초록이'님.

모든 종류의 바람이 좋기에 '바람'님.



한시간 반 동안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내려놓기 너무 힘들었어요."

"아직 못 내려놨나봐요."

"내려놓으니 참 편해요."


첫 만남을 마무리한 후,

볼일이 있어 이동하던 중

점심 때가 지나 배가 고팠습니다.


한산한 음식점에 들어가 메뉴를 고르는데

돈가스, 우동, 카레라이스, 냉모밀..

먹고싶은 게 너무 많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혼자인데 두 개를 시킬수도 없고...

갈등이 일었습니다.

'내려놓자' 마음 먹었더니

한 메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치볶음밥'.

먹어보니 참 잘했다, 싶습니다.


돈가스는 생각보다 양이 적었고,

우동은 생각보다 비쌌고,

카레는 지난 주말 집에서 해먹었었고,

냉모밀은 오늘 날씨와 맞지 않았거든요.


어떤 것 때문에

무지 신경쓰이

고민되고 머리아프신가요.



내려놓아보세요.

큰일이든 작고 사소한 일이든

잠시라도, 내려놓아보세요.




엄마에게 < 내려놓기 >란?



아무리 내려놓자고 마음 먹어도

어느새 마음가득 들고있는 것.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


나 스스로는 잘 못하면서

타인에게는 쉽게 말하게 되는 것.

알고보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결코 쉽지않은 것.


어디까지 어떻게 내려놔야하는 지

생각할 때 마다 헷갈리고 답답한 것.

다 내려놓았는데도 자꾸만 더 내려놔야

할 것들이 자꾸 생겨 혼자 약 오르는 것.


세상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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