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경험.
특이한 경험.
차가운 바람에 민낯으로 나가기
부담스러워 모자에 마스크,
목도리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파카를 입고
평소보다 조금늦었던 막내 하원길.
'어후, 추워~ 얼른 집에 데리고 가야겠다'
혼잣말하며 어둑해지려는 길을 걷는데
저만치에 있는 사람 많은 버스정류장 앞
길바닥에 휴지같은게 나뒹구는 게 보였다.
사람들이 밟고가고 쓸고가는 파란 휴지.
'저 휴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눈에 들어온
익숙한 숫자, 인물 그림.
조각휴지들은 다름아닌
천 원짜리 세 개 였던 것.
반사적으로 얼른 주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추운 날씨에
버스가 오는쪽만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도 나뒹굴던 것,
나뒹구는 것을 주운 나에게도
눈길도 주지않은 사람들 뿐이다.
"여기, 돈이 떨어졌는데
떨어뜨리셨어요?"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배낭족 아주머니들께 물었다.
"에? 아니, 아닌데. 우린 아닌데."
옆에서 쳐다보고 있던
커플들과 친구들 무리들에도 물었다.
"혹시, 떨어뜨리신 분 없으신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눈만 보이는 한 여자의 질문에
당황한듯 보였지만 대답을 해준 그들.
"저, 저희요? 어... 아닌데요."
이번엔 내가 당황할 차례다.
어쩌지. 그냥 가야하나.
그냥 가면 좀 도둑같잖아.
그렇다고 계속 물어볼수도 없는데.
아, 나 지금 중무장 중이지.
오케이, 얼굴 완벽 가렸어~!
두어발자국 가 버스정류장 처마밑에
있던 분들께 다시금 물었다.
"저기, 돈 떨어뜨린 분 계세요?
바로 여기서 주웠는데요.
제가 주웠는데, 주인 안계신지..."
갈수록 작아지는 목소리.
당황해하다 두리번거리다 이내
시선을 거두는 사람, 사람들.
아... 괜히 주웠다.
이 몹쓸 괜한 오지랖...
바로, 그때,
"그냥 가져요! 주운 사람이 임자지!"
배낭족 아주머니 중 한분이 소리쳤다.
"그래, 가지고 가, 그냥. 호호호~"
"맞아요. 추운데 그냥 주우신 분이
가져가세요. 삼천원인데요, 뭐~"
앳띤 커플과 친구들도 거든다.
"근데, 제가 그냥 가져갔다가
나중에 찾으러 오실까봐서."
대략 난감한 입장을 소심하게
말하는 찰라,
"잃어버린 거 알아도 포기할껴~
삼만원도 아니고, 삼십만원도 아닌데 무신.
아줌마, 그냥 가다가 따끈한 붕어빵 사드슈!"
버스정류장 속 어느 깊은 안곳에서
아저씨가 툭, 내뱉은 말에
모르는 사람들이, 방금까지도 타인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었다.
"하하하. 그래요, 그냥 가세요~"
"진짜 붕어빵이 딱이겠어요! 흐흐"
"호호, 그럼되겠네~"
"아, 네, 네에... 푸흡."
나도 웃었다. 얼른 웃으며 돌아섰다.
다시금 어린 아들이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기분이 묘했다. 등뒤가 따뜻했다.
왜일까.
왜.
아이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어묵 먹꼬시퍼~"
아들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안돼. 오늘은 어묵 말고, 붕어빵 먹자.
따순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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