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LAST PLAN 제작기 (1)
※뜬금없이 뭐가 3부 냐구요? 1부- 일기장, 2부-단편소설, 3부- 에필로그 입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나?
이 질문의 답변은 다른 질문으로 바꿔보면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숙제가 아닌 글을 썼던 적이 있나?
초등학교 숙제로 쓰던 일기로 시작해서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작문숙제,
대학생이 되어서는 레포트/보고서라는 이름의 글을 써야 했다.
자발적인 글쓰기라고 하면…
중고등학생 때 교환일기라는 걸 써보기도 했고
인생 속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싸이월드라는 플랫폼에 글을 남기던 것이 떠오른다.
(다 날아가버렸죠…;;)
네이버 블로그에도 그런 감상 비스무리한 것들을 쓰거나 노래가사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10명이 안되는 서로이웃을 대상으로 한 일부공개였다.
내 복수전공 중 하나는 영상학(visual art)였다.
대학교 3학기에는 ‘시나리오 작법’ 수업에서 매주 시나리오 과제들을 썼었고...
꽤 오랜 시간을 지나 복학한 8학기에 만난 ‘단편영화제작실습’이란 수업에서도 시나리오를 써야했다.
하지만 학기초에 열심히 써가도 좀처럼 교수님의 ‘OK’를 받지 못했다. 그렇게 한주 한주가 흘러가고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도 난 아직 영화제작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장소, 장면, 동작, 대사 등을 다 구분해서 적어야 하니,
혹시 그런 부자연스러운 글쓰기가 ‘내 안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내 이야기’가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써야할 때는 인터넷이 안되는 찜질방에 나를 가두고 글을 썼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정하고 글을 적는 건 아니었지만 교수님은 그걸 단편소설 같다고 했다. 내가 써낸 것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부합한지도 모르겠지만.
(. 네……여러분이 읽으신 저 일기는 제가 처음 써본 긴 글입니다… 후졌죠? 구렸죠..?! .)
https://brunch.co.kr/brunchbook/lastplandiary
단편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는 촬영을 염두에 두고 써야했다. 남은 시간에 촬영하고 편집하고 영상작품을 제출해야 완성이다. 그래서 스케일과 상상의 범위가 정해져있다.
가장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하는데 내가 가장 잘 아는 건 나다. 상상해낸 허구의 캐릭터가 신빙성 있는 캐릭터가 되게 하는 작업에 소요될 시간을 고려하면 이 편이 더 안전했다.
소설이란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올라 내 안에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생각을 쏟아냈다.
그 이야기 속의 일들은 내 공상에서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살펴보면 결국 현실의 여러 요소들을 극중세계로 가지고 온 것일 뿐.
다른 시간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한 시간대로 편집했을 뿐.
그리고 극중인물의 신빙성을 위해 주인공의 상황에 좀 더 비극적인 배경을 툭툭 집어넣었을 뿐이다.
그렇게 나는 완전한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소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그렇게 적어낸 50페이지 분량의 주인공의 일기의 옷을 입은 단편소설. 이 글을 통해 드디어 교수님의 제작허가가 떨어졌다. 그게 앞서 공개된 글이다. (아래)
https://brunch.co.kr/brunchbook/lastplandiary
다음 작업은 소설의 내용을 영화화 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화 하는 것.
그리고 실제 촬영할 수 있는 분량으로 압축하는 것.
촬영과 편집을 위한 압축은 브런치 글쓰기에서 하는 ‘압축’보다 훨씬 쉽다.
(다른 사람들은 바로 시나리오에서 영화로 넘어갔으니 난 한 단계 더 한 게 된다……)
내가 촬영해서 영상화 할 수 있는 장면부터 거르고, 실제 상황에 맞춰 수정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해야 했다. 영화감독의 꿈이 없는 내게는 이 프로젝트는 ‘영화제 출품’이 목표가 아니라 졸업이 목표였으니 이보다 멋없을 수 없었다.
그렇게 완성된 시나리오.
https://brunch.co.kr/@chooseurmiracle/198
물론 시나리오는 영화제작의 가장 첫 단추일 뿐이고 할 일은 아직도 많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