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덕분에...

by 초록맘

작심삼일(作心三日)을 이길 수 있는 ‘챌린지’ 형식의 요즘 트렌드를 좋아한다.

나 홀로 정한 목표와 의지는 금세 탄력을 잃어가곤 했다.

별다른 불이익이나 인센티브가 없다는 지루함까지 거들었다.

매일 작은 목표를 여럿이 함께 SNS에 인증하는 ‘챌린지’ 루틴을 통해 우린 작은 성공을 경험한다.

특히 조직의 시간표를 벗어나 퇴직 후의 일상을 보내는 나에게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건강한 삶은 끈기와 자율성을 동반한 '좋은 루틴'을 많이 누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이어가는 소소한 챌린지(운동, 필사, 식단)가 소중한 이유다.

가끔 퐁당퐁당 할 때도 있지만 서로 기다려 주거나 등을 떠밀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게다가 휴대폰만 열면 스마트한 헬스케어 앱들까지 챌린지 활동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서울시 ‘손목닥터 9988’ 앱은 대표적인 걷기와 포인트 보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 워치와 연동해서 사용한 지도 벌써 4년째 접어든다.


올해 초에는 앱에서 ‘건강 5 대장 챌린지’ 프로그램이 새롭게 관심을 모았다.

선착순 1만 명을 대상으로 5가지 미션을 모두 수행하면 최대 1만 포인트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가까운 지인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신청버튼을 클릭했다.




5가지 미션 수행은 순서에 상관없이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접근했다.

가장 먼저 달성한 미션은 5일 이상 8 천보 걷기(주말포함)였다.

처음으로 일주일 모두 8 천보를 걸었던 기록이 대견했다.

챌린지 덕분에 가급적이면 건강한 맛집을 찾아 잡곡밥을 먹는 약속을 정하기도 했다.

친구들 모임에서 우연히 '남산 하늘숲길' '안양천' 인증코스를 산책하듯이 걸었던 기억이 난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션 달성의 맛을 느껴갔다.




어느덧 5대 챌린지 가운데 ‘서울체력 9988’ 미션 하나만 남게 되었다.

‘국민체력 100’ 홈페이지에서 체력인증센터 예약이 먼저인데 생각만큼 접수가 쉽지 않았다.

예약 활성화 날짜가 매월 1일과 16일로 정해져 있어서 빠르게 마감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 둘째 주 ‘참여형’ 예약신청이 접수되어 ‘용산체력인증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다.


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준비해서 용산구청 보건소 지하 1층에 들어섰다.

60대 중년남성 한 분과 40대 여성 두 분이 준비운동 중이었다.

혈압과 몸무게 등 기본측정을 하고 총 4명이 나란히 대기 의자에 앉았다.

표준체력측정은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순서로 진행되었다.




먼저 심폐지구력 측정을 위해 두 명이 나란히 나무상자로 만든 계단 앞에 섰다.

3분 동안 일정한 속도로 스텝박스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방식이었다.

측정을 마친 후 1분 휴식 뒤에 회복기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나도 속으로 “저 정도는 문제없겠다” 만만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마음과 몸은 따로였고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3분도 채우기 전에 숨이 찼고 느려지는 스텝에 결국 중도포기를 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두 손의 악력을 측정할 때는 손과 얼굴이 부들부들...

윗몸일으키기는 겨우 3개가 전부...

평소 걷기도 했고 헬스장도 오갔는데 도대체 무슨 운동을 한 건지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그나마 약간의 자신감을 회복한 건 유연성측정(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에서였다.

팔을 뻗자마자 자연스레 몸이 앞으로 쭈욱 밀려나가면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와~ 평소에 필라테스를 하시나 봐요”(유연성만 저조했던 중년 남성분)

“개인마다 이렇게 잘하는 분야가 다 달라요”(코치님)

앞서 측정한 결과와 달리 반전 실력을 보고 놀란 사람들의 위로였을 뿐이다.




최종 체력 5등급(1~6등급)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데리고 센터문을 나와야 했다.

학창 시절 체력장 이후로 오랜만에 과학적으로 검증된 숫자와 마주했더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병원에서만 처방전을 주는 게 아니었다.

‘국민체력 100’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운동처방전도 있었다.

허약한 근력을 소생시킬 묘약인 셈이다.

챌린지 덕분에 여러모로 동기부여도 받고 자기 검증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sticker sticker


작가의 이전글'금기숙 기증특별전'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