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일교차가 까칠한 봄이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갔다가 후끈한 땀냄새를 경험하거나 찬 바람이 가벼운 옷차림을 괴롭히기도 했다.
봄은 우리의 옷장과 거울 앞을 결정장애로 서성이게 만들었다.
날이 풀렸나 싶은데 갑자기 추워지는 과도기의 계절과의 소통도 사람만큼 쉽지는 않나 보다.
3월에 개강하는 교양강좌 프로그램 알림톡까지 바쁜 봄 외출을 거들었다.
지난주에는 평생학습관에서 ‘소통과 대화 능력 10배 키우기’ 첫 수업에 참석했다.
강사님의 저서를 바탕으로 2회에 걸친 소통과 대화에 대한 저자 특강 방식이다.
강의 시작에 앞서 강사님은 엉뚱한 질문을 사뭇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저.. 여기 수강생 분들은 모두 면접으로 선발되셨지요?(강사님)
갸우뚱?(수강생 일동)
외모가 모두 출중하신데요?(강사님)
여기 이쪽 여성분은 삼십 대?
저기 남성분도 삼십 대 후반?"
"하하 호호"(일동 웃음)
기분 좋은 멘트 덕분에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강의실 분위기는 활짝 젊어졌다.
소통에 대한 공감을 이어가던 강의 중반에는 이런 질문도 하셨다.
“앞에 계신 여성분,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강사님)
“저는... 딸 둘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뒤쪽 남성분도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강사님)
“저는 60대의 가장으로서 이렇게 저렇게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음... 그렇군요"(강사님)
아마도 기대하신 답변은 아니었는지 다음 슬라이드를 넘기시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진정한 소통을 배우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대상은 바로 ‘나’라고 하셨다.
슬라이드에 적힌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언급하시며 진짜 나를 찾는 ‘과제’를 내주셨다.
첫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둘째.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셋째. 내가 진짜 원하는 건?
간단한 질문 같아 보였지만 관심의 대상이 ‘나’라서 잠시 낯설고 생소했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비치고 평가받는 것에 익숙한 '나'였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퇴근한 아들을 붙들고 괜히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들아! 너는 가장 좋아하는 건 뭐니?"
“글쎄요..."(당황하는 아들)
“그럼 가장 잘하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눈만 끔뻑이는 아들)
“네가 진짜 원하는 건?”
“음... 유럽여행 가는 거...!”
역시나 아들도 나처럼 갑작스러운 질문이 생소했는지 빈약한 답변만 맴돌았다.
밤 10시가 되어갈 무렵 남편과 함께 거실의 TV소음도 사라지면서 고요해졌다.
홀로 탁자에 앉아 낯선 세 가지 질문이 적힌 노트를 진지하게 내려다보았다.
오롯이 내가 ‘나’에게만 던지는 물음과 답으로 소리 없는 소통이 오갔다.
자기 효능감 찾기를 좋아하고 한정식과 반려식물을 좋아하는 나!
소소한 일상의 글쓰기를 잘하는 나!
남편과 어학연수 겸 외국에서 한 달 살기를 원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수필집을 출판하길 원하고
해외 배낭여행을 목표로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길 원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국내 둘레길 코스(제주 or지리산 등) 걷기를 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고 답만 적었을 뿐인데 오랜만에 관심받은 마음이 춤을 췄다.
등잔밑이 제일 어둡다고 했던가?
다른 누군가와의 열린 소통만을 생각하느라 정작 ‘나’는 까맣게 외면당했다.
내 속에 갇힌 내 마음을 자주 환기시키고 읽어 주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소통은 ‘나로부터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 먼저라는 느낌을 비로소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