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글발행을 하면서...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자 하얀 정지선 가까이에 도로의 차량들이 차례로 멈춰 섰다.
맨 앞줄에 멈춰 선 배달 오토바이 두 대는 눈인사를 대신한 헬멧이 서로 끄덕였다.
횡단보도 녹색 신호는 기다리던 보행자들에게는 마치 ‘얼음 땡!’ 같았다.
마스크를 썼거나 두꺼운 외투를 한쪽 팔에 걸친 사람들의 동작이 스프링을 닮았다.
한쪽 보도 위에 줄 세워진 따릉이 자전거 앞에는 아까부터 한 청년이 정지 화면처럼 서 있다.
청년의 손에 든 휴대폰 앱을 스캔하고 자전거를 거치대에서 분리하자 둘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공중에 알알이 박힌 벚꽃 봉오리는 곧 팝콘처럼 활짝 봄이 될 것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신호등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 중인 이곳은 동네 2층 카페다.
구석진 테이블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카페테라스와 편도 4차선 도로가 한눈에 보인다.
내 앞엔 하얀 노트북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무선 마우스와 커피 한 잔이 놓여있다.
묵직한 휴대폰과 간단한 필기도구가 내 작업에 보조 출연 중이다.
글쓰기 연장들을 쏟아낸 까만 배낭은 맞은편 의자에서 나의 브런치 100번째 글을 기다린다.
글을 쓰기 위해 조촐한 도구를 정렬하고 감성을 예열 중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브런치 글을 쓰는 이곳 카페는 나와 잘 맞는 장소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잘 쓰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어쩌면 이런 '부담 없음'이 꾸준한 글쓰기의 비법인지도 모르겠다.
소재가 되는 글감은 가까운 풍경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에피소드에도 공감 포인트가 있다면 좋은 글 소재로 충분하다.
노트북을 켜놓고 잠시 펜을 들어 한 주 동안 있었던 느낌들을 나열해 본다.
거창한 글감을 찾기보다는 소소한 향기가 났던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100번째 브런치글은 자연스러운 꾸준함의 결과였다.
첫 브런치 글발행을 하던 당시의 기억은 설렘과 서툰 다짐이 전부였다.
꾸준히 쓰겠노라 마음먹었지만 100번째 글을 쓰는 날이 오리라 상상하지 못했었다.
소소한 일상의 글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특별한 숫자와 마주하니 느낌이 남다르다.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고 대뜸 작가 신청을 했다가 보기 좋게 낙방했던 내 모습.
나의 소질을 발견해 주고 계속해서 등 떠밀어 주던 희정이와 선경언니에 대한 고마움
줌 미팅에서 만난 '새벽여행' 작가님의 운명 같은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자발적인 명예퇴직으로 느꼈던 나만의 진솔한 감정들.
어린 시절 건너온 외로움의 시간과 집밥의 추억들.
워킹맘이라서 미안했고 부족했던 아이들과의 시간들.
남편과의 음소거 버튼 ON/OFF 이야기.
특별했던 시어머니를 향한 느낌표.
딸에게 특별대우를 받았던 엄마김밥.
좋아하는 강의나 책에서 받은 인사이트.
제사 대신 마주한 가족과의 시간 등등 소소한 일상의 경험들이 글로 태어났다.
삶과 일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기 색깔과 느낌표가 다르다.
용기와 희망, 그리움과 먹먹함, 사랑과 행복, 외로움과 애틋함 등의 다양한 향기를 품는다.
그중 인상 깊었던 잔향을 찾아서 나 만의 꽃으로 빚는 과정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조용히 돌아보니 나에게 '브런치'는 즐겁고 고마운 플랫폼이었다.
평범한 나의 일상을 재발견하는 재미와 자기 효능감을 선물해 주었으니 말이다.
100번째 브런치글을 썼다고 해서 '필력'이 폭풍 성장을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오래오래 글쓰기를 즐기고 싶고 공감하는 독자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런치 100회 연재를 자축하며 감사의 마음이 자꾸만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맨 앞줄에서 응원해 주고
글보다 먼저 도착한 축하 기념패를 전달해 준 ‘아침사랑방’ 커뮤니티에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