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상대적으로 억울했다.
어느 순간부터 늘 오빠보다 몸무게가 더 나갔다.
특별히 딸이 오빠보다 많이 먹어서 비롯된 자업자득 논리로만 볼 수도 없었다.
아들은 이상하게 살이 잘 안 쪘다. 아니 말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가뜩이나 마른 몸이 더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건 180센티 이상 되는 키 탓도 있었다.
딸도 고3 때 키가 170센티에 도달할 정도였고 몸무게는 통통 이상이었다.
도저히 우리 집 DNA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하게 두 아이의 키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반대로 몸무게는 아들과 딸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득했었다.
그런 바람이 요사이 현실로 나타났다.
아들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신체검사등급에서 저체중으로 4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3번에 걸친 체중검사를 받고도 같은 결과였다.
식탁에서 맛있는 반찬을 아들 앞으로 은근슬쩍 밀어주던 엄마의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오빠가 몸무게 최저점을 찍은 날 고3이던 딸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 순간 체중계에서 내려오던 딸이 비명을 지르며 한 말을 기억한다.
“오빠! 우리 언젠가 중간지점에서 만나자!”
시간이 흘러 아들은 대학원 연구실과 기숙사를 오가며 바쁘게 지냈다.
주말마다 집에 오면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야식을 먹는 눈치였다.
우리 집에서는 야식을 먹어도 칼로리 걱정이 없는 유일한 사람이 아들이었다.
딸은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했다.
딸은 매끼 학식을 챙겨 먹으며 근처 광안리 해수욕장을 걷거나 뛰었다고 했다.
“밥은 먹었어?”라는 엄마의 말에 “뭐 대충” 이라며 얼버무리던 날에는 건강 걱정 잔소리가 따라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딸의 모습은 가볍게 변했고 얼굴은 갸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딸이 조심스럽게 오빠에게 몸무게를 물었다.
“오빠! 몇 킬로야?”
“나? 65킬로”
“와~~ 우리! 드디어 중간지점에서 만났다!”
딸은 뛸 듯이 좋아했고 아들도 덩달아 피식 웃었다.
진짜로 둘의 체중이 중간 지점에서 만나다니 놀라워서 딸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얼마 전 아들은 한 달 정도 일본 도쿄에 있는 본사로 교육실습을 다녀왔다.
워크홀릭에 빠진 본사 직원들이 놀랍다며 덩달아 늦은 퇴근을 힘들어했던 아들이었다.
다행히 일본음식이 입에 맞았고 초밥을 즐겨 먹었던 모양이다.
4학년이 된 딸은 부전공 학점을 따느라 과제와 발표준비로 밤낮없이 바쁘다며 비명을 질렀다.
뒤늦게 좋아하는 전공분야를 찾아서 승부욕을 불태우는 딸이 기특했지만 조금 안쓰러울 정도였다.
12월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네 식구가 기분 좋게 식탁 앞에 앉았다
아들은 교육일정을 마치고 일본에서 돌아왔고 첫 연말 보너스까지 자랑했다.
딸은 부산에서 대학 4년을 마무리했고 영혼까지 갈아 넣어서 기분 좋은 학점 보상도 받은 후였다.
오빠에게서 두둑이 용돈도 챙긴 딸이 슬며시 질문을 했다.
“오빠! 살쪄 보인다? 몸무게 재봤어?”
“응 요즘 살이 쪄서 67킬로 그램이야”
“헐! 난 63킬로 그램, 와~~ 드디어 역전이다!!”
딸의 즐거운 비명에 모두가 깜짝 놀라 한바탕 웃었다.
드디어 바라는 대로 보기 좋게 아들과 딸의 몸무게는 바뀌고 말았다.
엄마의 관점으로는 아들과 딸의 보이지 않는 짠한 모습들도 그려졌다.
늦은 야근과 야식으로 살이 쪘을 신입사원 아들과 학점을 올리려 애쓴 만큼 내려간 딸의 몸무게가 떠 올랐다.
혹시나 치열한 청춘을 살아낸 결과물은 아닌지 말이다.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건강한 근력과 체중을 함께 관리하기를 엄마로서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