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엄마다!

by 초록맘

주말 새벽, 인기척 소리에 눈을 떴다.

방문 손잡이를 당기는 소리에 이어 조명이 켜졌고 주방 정수기에서 물 담는 소리가 ‘쪼르르’ 들려왔다.

좁은 문틈 사이로 보이는 길쭉한 실루엣과 움직이는 동선을 고려하면 딸이 분명해 보였다.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아서 보니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젯밤 11시경에 잠이 들었던 내가 대략 6시간은 잘 잤구나.. 하는 안도감이 뇌리를 스쳤다.

가끔 깨곤 하는 새벽 2~3시가 아니라서 비교적 다행이다 싶었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 좋은 잠'이 화두가 되고 있기도 하다.




"무슨 일로 이 새벽에 딸이 깨어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슬그머니 노크와 함께 딸의 방문을 열었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던 딸의 큰 눈이 더 동그랗게 변하며 놀라는 눈치였다.

“설마 밤을 새운 거니?”

“아니요! 자료 마무리 하려고 방금 일어났어요”

어제 아침부터 책상 앞에만 꼭 붙어있던 딸은 간단한 자료분석 알바를 하느라 바쁜 눈치였다.

마감 시간에 쫓겨 달콤한 수면까지 반납한 건 아닐까 하는 엄마의 걱정이 앞섰나 보다.




딸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주방의 건조된 식기들을 싱크대 상부장에 올리며 아침루틴을 시작했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서 보리차 티백을 넣자 구수한 겨울 온기가 집안 곳곳으로 퍼졌다.

바로 옆 전기밥솥에는 어제 딸이 지은 백미밥 한 덩이가 밥솥 바닥에 남아있었다.

자신 있게 쌀을 씻고 취사버튼을 눌렀지만 질척한 밥을 보고 당황하던 딸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남은 밥을 그릇에 우선 덜어놓고 다시 쌀을 씻어 다시마 한 조각을 넣고 제대로 밥을 안쳤다.

밥을 지을 때 다시마 한 조각을 넣으면 밥맛이 훨씬 좋다.


덩그러니 남은 밥을 보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 올라서 프라이팬을 찾았다.

마른 팬 위에서 납작 엎드린 밥은 하얀 연기가 폴폴 나면서 ‘토닥토닥’ 누룽지로 구워졌다.

따뜻한 보리차 한 잔과 노릇하게 구워진 누룽지 한 접시를 들고 다시 딸의 방문을 두드렸다.

“어제 네가 만든 밥으로 만든 겉바속촉 누룽지다!”(엄마)

“와~~ 맛있겠다”(딸)

"으이그~~"(엄마)



딸에게 엄마표 간식을 전달하고 본격적인 아침준비를 시작했다.

김치냉장고에서 묵은지를 꺼내서 콩나물과 함께 준비했다.

육수는 다시마 새우젓, 청양고추, 멸치가루를 넣어 충분히 우려낸 뒤에 체로 건더기를 거른다.

맑은 육수에 묵은지와 김칫국물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인다.

마지막으로 깨끗이 씻어 놓은 콩나물을 넣는다.

이때, 뚜껑을 열고 끓이다가 간을 맞춘다.

혼합간장(국간장 1: 멸치액젓 1: 참치액젖 1)을 만들어서 국의 간을 맞추면 얼큰한 김치콩나물국 완성이다.




다음 재료는 가늘고 야리야리한 참나물이다.

언젠가 한정식집에서 참나물 샐러드를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서 마트에서 데려온 녀석이다.

깨끗이 손질한 참나물을 손가락 마디정도 길이로 준비해서 볼에 담는다.

양파와 당근도 조금 채 썰어 준비한다.

드레싱 소스는 간장, 식초, 설탕, 레몬즙을 섞은 후 올리브유간 마늘, 후추를 추가한다.

볼에 담긴 참나물에 오리엔탈 드레싱 소스를 버무리자 상큼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시켰다.

잠시 후, 엄마의 아침 레시피는 알람처럼 가족들을 식탁 앞으로 모았다.




이런 생각이 스쳤다.

딸의 인기척에 본능적으로 눈이 떠지는 사람.

누구보다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

억울함 1도 없이 수고로운 아침상을 차리는 사람.

새벽을 여는 사람 중의 한 사람.

흑백요리사 보다 월등한 집밥셰프.

엄마지만 엄마가 그리운 사람.

그게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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