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거울 속의 내가 문득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디론가 향하고 싶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고 있는 사람처럼.
가끔은 피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 나아가고 싶은데, 더 잘하고 싶은데, 어딘가에 닿고 싶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고 있는 사람처럼, 나도 여전히 이 자리에서 피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늘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나를 보며 잠시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어쩌면, 꽃도 피기 전, 봉오리로 있을 때가 가장 고요하고 온전하다는 것을. 아직 다 펼쳐지지 않았어도, 봉오리 속엔 이미 꽃의 생명과 색이 고요히 담겨 있다. 피지 않은 채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가 있고, 그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이 있다. 혹시 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열리지 못한 채로 남아 있는 지금의 모습, 피어날 날을 기다리며 고요히 머물러 있는 지금의 내가 그 봉오리인 건 아닐까. 나는 지금 그 기다림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다 열지 않았어도, 내 안에는 언젠가 꽃필 마음이, 피어나기 위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
아직 모든 빛을 다 드러내지 않았어도, 봉오리로 남아 있는 지금의 너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피어나는 일이 조금 더디게 느껴진다 해도, 이 기다림 속에서 내가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그 숨이 가쁘고 어설프고 약해도, 천천히, 네 속도로 피어나도 괜찮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네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은 충분히 있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피어남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해도, 그 기다림마저 너를 이루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