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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Nov 10. 2024

세상은 차갑지만, 나는 뜨겁게 살아가기로 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지쳐가는 게,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는 게 당연해져 버린 게. 나는 여전히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었고,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싶었다. 그런데 다가갈수록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닳아가는 것 같았다. 늘어나는 말들 사이에서 자꾸만 내 마음이 옅어지고, 속이 텅텅 비어간다.


혼자 남겨진 듯한 막연한 불안감,돌아오는 건 실망감. 어쩜 이렇게도 뻔뻔한지 싶은 무례함.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벽을 쌓아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 결과는 나또한 고립이였다. 성벽은 나를 보호하려는 걸까, 아니면 사람들로부터 물러나는 걸까.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웠지만,편했다. 지쳤던 마음이 지칠새가 없이 느긋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느꼈던 그 묘한 피로감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그만큼 외로웠다. 내가 쌓은 성문에 나 스스로를 가두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을 갈망했다. 마음 한편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고, 내가 지켜온 따뜻함이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나였다.


“내가 이렇게 혼자 있는 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걸까?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저 내 온기를 지키기 위해 벽을 쌓아버린 건 아닐까?”,“나는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혼자 있기를 택했을까?” 가까워질수록 내 속 깊은 곳까지 드러내게 되는 게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나의 따뜻함이 이내 희미해질까 봐 겁이 났던 걸까. 차가운 세상 속에서 내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나만의 방식이 어쩌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남은 작은 불씨를 지키는 일, 그게 지금의 나를 지켜주는 방법 같기도 하다..


혼자가 되어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 내 안에 간직한 온기가 그저 나만의 것이 아니길 바란다.어쩌면 내가 붙인 불씨는 나를 위한 방패이기도 하고, 언젠가 다른 이에게 건넬 작은 위로이기도 할 것이다. 나또한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이 벽 너머로 따스한 손길이 닿을 수 있기를.


관계 속에서 느낀 작은 실망들, 그리고 그로 인해 쌓아온 벽이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이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깎여가는 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바란 온기마저 가로막히게 만든 건 아닐까싶다. 나의 온기는 결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안다, 세상이 아무리 차가워도 사람들에게 따뜻함만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이 벽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어쩌면 이 벽은 완벽하지 않아서, 언젠가 누군가 다가올 수 있는 틈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나도 다시 벽을 허물고 나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내가 지켜온 불씨가 나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이 벽을 넘어 따뜻한 사람이 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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