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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EO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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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Nov 06. 2022

차별화된 기업

얼마 전 전 여성 아나운서 가족이 탄 SUV가 역주행하는 트럭과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사는 중상을 입었지만, 전 여성 아나운서 가족은 가벼운 부상만 당했다.

이 차가 볼보 XC90 이다.


볼보(Volvo)는 ‘안전’의 대명사가 되었다.

애초에 스웨덴의 험한 지형에 적응할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 탄생했고 세계 시장에서도 안전을 우선시하는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볼보는 아우디나 BMW 같이 날렵하지 않다. 벤츠와 같이 고급 이미지도 없다. 화려한 디자인도 없다. 내부 인테리어와 기능이 편리하지 않다. 그런데도 가격이 많이 저렴하지도 않다.

하지만, 오직 안전에 집중하여 다른 모든 단점을 극복한다.

볼보는 강력한 차체를 포함하여 각종 안전 장치를 장착하고 디자인과 가격을 포기한다. 

그 포기가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1987년에는 에어백을 차량에 도입하고, 1994년에는 사이드 에어백을 선보였다. 앞 좌석 등받이 가장자리에 있는 에어백은 충돌 시 운전자의 가슴 쪽의 부상을 줄여준다. 자동차 안전 역사상 가장 큰 발전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복 시 운전자와 탑승자 머리를 보호하는 커튼형 에어백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 볼보에서 제작하는 모든 것은 안전이라는 지상과제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볼보의 창립자가 각인한 이 이념은 90년간 흔들리지 않고 이어졌다. 

안전을 위한 선도적인 개발은 3점식 벨트, 후행식 카시트, 부스터 쿠션,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보행자 에어백, 충돌 시 자동 멈춤으로 이어졌다.

볼보의 자체 안전 테스트 센터에서는 국제 안전 규정을 넘어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한 혹독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신차가 출시 된다.

자동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에 부응하는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쿠쿠는 우리나라의 세계 1위 압력 전기밥솥 브랜드다.

전기밥솥은 일본에서 개발하여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오는 한국인들의 손에는 일본산 전기 밥솥이 하나씩 들려졌었다. 

하지만, 쿠쿠는 한국의 가마솥 원리로 압력 전기밥솥을 만들어 찰진 밥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쿠쿠는 밥맛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국내 1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는 그 나라의 쌀과 소비자 선호를 고려한 맞춤형 압력 밥솥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하였다.

이제는 공항에서 쿠쿠 밥솥을 하나씩 가지고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쿠쿠의 성공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품 현지화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형 전기 압력 밥솥을 개발하여 찰진 밥을 좋아하는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일본은 찰진 밥을 좋아하는 한국과 다르게 스시, 주먹 밥 등을 만드는 된 밥을 좋아하는 성향에 맞추어 개발하고 또한, 압력밥솥을 고기 요리에 사용하는 것을 간파하여 다용도 밥솥을 개발하여 출시하였다.

중국은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여 가격을 낮추고 중국의 조리법에 맞춘 밥솥을 개발하였다.

넓은 중국 시장을 권역별로 구분하여 국내 밥맛과 유사한 지역인 동북 지역을 우선 공략하고 차츰 다른 지역에 맞는 제품 개발하였다.

미국에서는 서양식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매출의 5%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면 연구 전문 기업이라고 하는데, 쿠쿠는 이러한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 개발에 투자하였고,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해도 있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쿠쿠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시장을 호령하게된 핵심 비결이다.


한국 콜마는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 전문업체로서 세계 1위 업체다.

1990년 설립 후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하지 않고 다른 업체의 ODM 외주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발전해왔다.

아모레퍼시픽, LG 생활 건강 등 국내, 외 600여 개의 유수 화장품 업체에 화장품을 공급하기 위해 제품 생산뿐만이 아니라 연구, 개발까지 하는 비즈니스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콜마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의 처방을 다른 고객과 공유하지 않는 맞춤형 생산’이고 두 번째 원칙은 ‘고객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산을 의뢰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 큰 메리트와 신뢰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콜마의 이런 원칙에의 지속적인 고집은 많은 유명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았다.

또한, 세계 최고의 화장품 브랜드에 직접 개발한 제품을 ODM으로 제공하기 위해서 전체 30%를 연구 인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회사는 단순한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 제조) 공급이 아닌 기술력이 있는 제조업체가 되었고, 이것이 가장 차별화된 회사의 자산이 되었다.

주위에서는 기술력이 있으니 자체 브랜드로 사업을 하라고 많은 권고를 받았지만, ‘고객사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여전히 고객의 선택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만일, 자체 브랜드로 화장품을 출시했다면, 유명 브랜드와 같은 품질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 업체들은 더 이상 마음놓고 ODM 비즈니스를 한국콜마에 맡기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콜마는 제품력과 가격만 가지고 화장품 브랜드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혜안이 한국콜마에 있었고 회사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샤오미는 2011년 설립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다.

한때는 애플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애플의 짝퉁으로 불리었지만, 설립 4년 만에 중국 시장 1위에 올랐고 단기간에 세계 3위의 스마트폰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재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스마트폰 악세사리와 가전 제품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샤오미는 이 확장을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하드웨어 제조사’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샤오미의 가장 큰 차별화는 가격 경쟁력이다.

전에는 주로 오프라인을 통해서 판매되던 스마트폰을 전격적으로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하였다. 중간 마진이 완전히 없어진 샤오미의 제품은 동일한 사양을 경쟁 제품의 1/3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시장을 석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한 혁신적 유통 전략을 설립자 레이쥔은 ‘파괴적 효율’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가격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이 원하는 가격과 사양, 디자인을 동시에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미팬(Mi Fan)이라고 불리는 샤오미의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고객을 제품 개발에 참여시키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고객이 원하는 가격에 공급했다. 또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에 의한 자동 광고를 일으킴으로 인해 기하 급수적으로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는 후발 업체의 추격으로 위기에 처할 때에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여 오히려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 만큼의 사장을 가진 인도에서도 신속히 인도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중국에서와  같이 온라인 유통을 통한 저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여 성공시켰다. 이번에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업을 통한 유통이었다. 

효율을 중시하는 샤오미는 의사 결정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이것은 회사가 수평적 조직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온라인 판매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판매 채널이었다. 미국의 델(Dell) 컴퓨터가 온라인 판매는 아니지만, 통신 판매라는 혁신적 유통으로 급성장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오직 샤오미만이 이 온라인 판매의 장점을 온전히 구현했다.     


플렉시(Flexi)는 애완견 목줄로 세계 시장 70% 점유하고 있는 업체다.

1972년 플렉시 롤 리시라는 안전하고 편리한 애완견 목줄을 발명하여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플렉시의 발명품은 혁신적인 것이지만, 최대 강점이자 차별화는 발명이 아니라 품질 관리다.

제품은 전량 독일 프랑크프르트에서 직접 생산하여 90% 이상을 9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플렉시는 제품을 직접 생산, 관리하면서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제품이 출하되려면 100여가지의 품질관리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온도, 습도, 지형 등 극한의 조건에서도 사용에 이상이 없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장기간 사용해도 이상이 없도록 강한 내구성도 테스트에 포함된다.

철저한 품질관리는 값싼 중국 업체들의 모방 제품들을 물리치고 계속해서 그 ‘명품 목줄’ 아성을 구축하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렇게 모방이 쉬울 것 같은 제품도 품질관리에 의한 차별화와 그로 인한 브랜드 구축의 쌍두 마차를 가동시키면 세계 시장을 계속해서 리드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렉시는 많은 소비재 브랜드가 중국 등에서 생산을 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포기한다. 대신 고비용을 감수하고 자국에서 제품 생산, 관리를 하여 Made in Germany를 유지시킨다.

이것은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고수하는 전략이다.  

플렉시는 패션 명품 브랜드와 같은 전략으로 명품 애완견 목줄이 되었다.     


이렇게 5개 회사의 차별화를 알아보았는데, 이 이외에도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그리고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남과 다른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는 정착하고 성장한다.

여기에 나오는 회사들이나 다른 성공적인 회사들을 모방해도 좋다. 

하지만, 창업자의 개성, 구성원의 DNA, 문화, 산업 특성, 처한 현실과 환경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더 좋다.

기존 성공 사례들은 충분히 참고하되,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다.

자신의 스토리, 자신의 철학, 자신의 개성, 자신의 장점이 합쳐진 무엇은 누구나 모방하기 힘들다.

그 모델, 그 제품이 무엇이던지 좋다. 한계는 없다.

비록 우리 회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99%라고 해도 성공한 것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1억 명이 있다면, 그중에 100만 명이 내 고객일 테니까.     

여기에 소개한 5개 회사의 공통점은 강력한 무엇이 하나 있었다는 것이다.

볼보는 안전성, 쿠쿠는 현지화, 한국콜마는 ODM, 샤오미는 가격, 플렉시는 품질관리.

그리고 또하나의 공통점은 그 하나를 위해 포기할 것은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시장의 환경에 적응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주된 가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발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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