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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EO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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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Jan 04. 2024

장수기업의 조건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오는 장수기업들은 어떤 DNA를 가졌나?

우리나라가 200년 이상 업을 이어오는 기업이 없는 것은 산업화가 오래되지 않았고 역사적으로 잦은 외침이 원인이라고 한다. 

또 하나 덧붙일 원인은 유교를 기반으로 하는 긴 왕조 기간 동안 상업을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했던  사회적 분위기가 한 못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50년 이상, 100년 이상 업을 이어오는 기업들 중에서 200년 이상의 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2023년 기준으로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은 41개국에 5,586개라고 한다. 이중 대부분은 아시아와 유럽에 분포되어 있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이 3146개로 절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1,000년이 넘는 기업도 7개나 된다.

 

그중에 건설회사로 1428년이나 업을 이어온 곤고구미라는 기업이 있다. 

곤고구미는 전통 목조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이 기업이 일본에 남긴 건축물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전통 목조 건축 한 분야로 우물을 계속 파면서 전문성과 명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지켜왔다.

가업을 이어 왔지만, 장자 전통을 벗어나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가장 능력 있는 자녀에게 가업을 계승시켜왔다. 

전통 목조 건축 최고의 장인이 된 이후에야 비로소 가업을 물려받을 수 있게 하였다.

1800년대 메이지 유신의 영향으로 정부 보조금 중지와 신 건축양식의 도입으로 위기에 처했지만, 전통 목조 건축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더욱 전문성을 강화해서 살아남았다.

한때는 주문이 적어 관을 만들기도 했지만, 주요 가치관을 버리지 않고 계속 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2007년 기업은 파산했다.

창업자의 40대 손 사장이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 빌딩의 일반 건설 분야로 사세 확장을 하였고 1990년대의 거품 경제가 꺼지면서 매출 하락과 부채 부담으로 손을 들고 말았다.

회사는 그동안 급격한 변화를 지양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고유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업을 이어온 것인데, 마지막 계승자가 이것을 이탈한 것이다.

물론 거품 경제가 꺼지지 않고 신규 분야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면, 더 크게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1,400년이나 이어온 정체성은 하나의 DNA였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그동안 이어온 그것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남들이 뛰어드는 버블 속으로 똑같이 달려간 결과가 참담했다.

독자적인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변신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면, 전통이 가미된 현대식 목조 건축을 개발한다든지, 목조 기술 교육 사업 등이 떠오른다.

 

또 다른 기업으로 독일의 제약, 화학회사 머크(Merk)가 있다.

1668년 작은 약국으로 시작한 머크는 13대째 업을 이어오며서 현재 글로벌 대기업이 되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 경영인인 CEO는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역량이 장수기업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머크의 DNA는 산업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머크는 앞서 소개한 일본의 곤고구미 기업이 실패한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성장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경영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현재 화학 분야에서는 반도체용 소재, OLED 디스플레이용 소재와 기능성 특수안료, 생명과학 산업을 위한 장비와 시약, 또한 의약 분야에서는 항암, 난임치료, 성장호르몬, 다발성 경화증 등 전문 신약 개발 등 화학, 제약, 소재 등의 분야에서 많은 기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같은 많은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있으나, 제약, 화학, 소재 분야를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이다. 그래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 많고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오면서 지속 가능한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과 다르게 오너 지분이 70%가 넘는다. 그래서 확고한 가치관과 DNA를 지속할 수 있으며 필요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유연성도 보이고 있다.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 들과도 협력과 견제를 하며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같이 지배 구조로 인해서 항상 불안을 느끼고 무리수를 두는 경우를 원천 차단하면서도 기술 혁신에 의한 수익 창출로 지분 투자가 굳이 필요하지 않게 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브라이언트 대 경영학과 윌리엄 오하라가 교수는 저서 ‘세계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2007)’에서 200년 넘은 20개 장수 기업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실험적 아이디어의 실패를 수용하는 관용적 문화

2.     환경 변화에 맞춰 쉽게 사업 다각화를 이룰 수 있는 수평적 의사 결정 체계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혁신이 있어야 하는데, 실패에 엄격한 문화가 있으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게재하고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상하 관계가 중시되는 수직적 조직으로는 수많은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부 조직에서부터 경영층까지 문제에 즉각 대응하고 방안을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하여 해결하는 문화가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 것이다.

 

20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가업 중심의 회사들이 모인 에노키안 협회의 부회장이 말하는 장수기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가문의 화합

2.     기업가 정신과 기술 혁신

3.     사회적 책임

4.     신중한 관리 체계와 모범적인 지배 구조

 

가업 중심의 회사들이 모인 단체답게 ‘가문의 화합’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는 내부 조직의 단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사회에 공헌하는 아이템과 운영, 그리고 일정 부분을 사회에 돌려주는 정신으로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투자, 확장, 조직 개편 등에 신중을 기하여 경영상 잘못된 결정으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예방해 왔다.

그리고 주주를 보호하고 회사의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하여 함께 회사를 성장시키고 결과를 공유하여 지배 구조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것들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 구조)와 맞닿아 있다.

결국 ESG를 잘하는 기업은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한 ESG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는 데에 핵심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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