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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EO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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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Feb 12. 2024

두 명의 경영자

하워드 스트링거

 

영국 웨일스 출신으로 미국 CBS에서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날렸고, 7년간 CBS 사장으로서 

만년 하위를 보이던 CBS 네트워크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등 우수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후 일본 소니가 2003년에 소니 쇼크라는 소니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 사태가 나타나면서 이데이 노부유키가 사임하고 그를 스카우트하여 CEO로 앉혔다. 디지털 미디어 산업으로의 진출과 기대감을 채워줄 적임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에는 정통하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그를 선임한 것은 패착이었다.

그는 기술을 무시하고 무리한 콘텐츠 사업 확장으로 소니의 추락을 가속화시켰다. 

무리하게 금융 및 인터넷 사업에 투자해 전임 CEO 때보다 더욱 소니의 역량이 분산되었는데 정작 이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하여 소니의 핵심인 전자 기기 사업 부문에서 대량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단기적인 손실을 줄여보고자 전임 CEO가 추진했던 미래의 핵심 사업들(로봇 사업, OLED 등)을 중지시키는 악수를 두었다.

전자 기기 사업 부문의 많은 인력을 감축하여 그나마 유지되고 있었던 전자 기기 사업의 숨통을 끊어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2012년 소니의 CEO에서 퇴진하였고 후임으로는 히라이 카즈오가 선임되었다. 

그는 소니 역사상 최악의 CEO라는 불명예를 받게 되었다.

 

히라이 카즈오

 

CBS 레코드 그룹에 입사해서 이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 COO에 이어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거쳐, 2012년 소니의 최연소 CEO로 취임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소니는 전임 CEO 하워드 스트링거에 의해 5조 원이라는 엄청난 손실과 국제투자등급 Ba-를 기록하며,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 생명보험, 부동산에게 자사의 사옥까지 매각했던 굴욕을 겪은 후였다.

그는 취임하자 ONE SONY라는 단일화 전략과, BE MOVED라는 신규 슬로건으로 소니를 다시 뭉치게 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가 처음에 착수했던 것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의 대거 정리였다. 

지지부진했던 브라비아 TV 분야의 사업을 70% 가까이 대폭 축소시키고 소니 비주얼 프로덕트로 분사시켰다. 컴퓨터 사업을 상표권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분야에서 철수하는 초강수도 감행했다. 심지어 2015년 중순에는 워크맨마저도 상표와 hi-res 분야를 제외하고 모조리 분사했다. 소니로써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았던 일을 2년 만에 3개나 정리했다. 

그는 게임 산업의 성장을 예견하고 PlayStation 시리즈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니의 전통적인 가전 사업을 혁신하고, 소니 픽처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소니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순화, 집중화했다.

그래서 소니는 이제 문화 산업(영화, 음악, 게임)을 중심으로 금융, 이미지센서, 모바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의 경영 혁신으로 소니의 적자는 매년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끝내 흑자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후 모바일 사업까지 흑자로 전환했으며, TV 사업부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5조 원의 적자를 3년 만에 청산함으로써 소니의 추락을 끝내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6년 차, 2017년에 역대 최대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면서 CEO 직을 스스로 하차했다.

퇴임 후에는 소니의 이사회 의장으로서 일선 경영에는 거리를 두다가 회장직마저 내려놓았다.

 

교훈

 

CBS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날리고 CEO로서도 큰 역량을 발휘한 하워드 스트링거의 소니 입성은 성급한 결정이었다.

콘텐츠에 국한되었던 그의 핵심 역량은 오디오 비디오 기기가 기반이 되는 제조업체 소니에게는 무리였다. 소니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에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데 그는 역부족이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로 확장한 것도 실패를 가져왔다. 차라리 확장 전략보다 자신이 잘 아는 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했더라면 그 분야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부문도 장기적 성장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도 학습할 시간을 벌 수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외국인 CEO로서 기대에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 장기적 성장과 단기적 성장 부문에 대한 정확한 전략을 세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것 같다.

또한, 큰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일본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데, 전혀 일본에서 일한 경력이 없는 그에게는 큰 핸디캡이었다.

인재를 등용할 때, 내부 승진과 외부 인사 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장단점이 있으나 당시의 소니의 상황에서 내부 인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후임 히라이 카즈오는 소니에서 사원으로 입사해 계열사 COO와 대표이사를 지내며 소니를 잘 알고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었다.

그는 파산의 위기에서 One Sony라는 전략으로 전체 조직을 하나로 묶고 단일화 전략에 의한 수익 중심의 사업 통폐합, 매각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비효율을 제거했다.

게임, 콘텐츠 등 미래의 성장 산업에 집중함으로써 장기적 성장의 토대를 쌓음과 동시에 전통적인 가전 사업도 혁신함으로써 안정과 성장, 수익을 모두 챙기는 영리한 경영을 하였다.

그의 혁신은 초기에 투자자와 많은 관계자들의 반대에 직면했고 갈등도 많았지만, 그는 투철한 확신 속에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결과로서 보여주었다.

이렇게 혁신과 변화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어떻게 설득하고 추진해 나가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특히, 그는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지역적 리스크를 탈피하고 가전회사에서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제국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하여 추락하는 소니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또한, 아무리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때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한데, 그는 소니 역사상 가장 큰 수익을 거둔 해에 물러나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정확히 지켰고 그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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