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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May 02. 2024

교보문고에 가면 교보문고의 향기가 난다

향기는 공간을 깨우고, 책은 시간을 품는다.

<교보문고에 가면 교보문고의 향기가 난다>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자주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광교 엘포트라는 건물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안 그래도 큰 콧구멍을 벌렁이며 찾아온 곳은 지하 2층에 위치한 교보문고다.이렇게 본능적으로 나를 이끄는 곳은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고도 푹신한 향기로 나를 감싸 안는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평온한 느낌에 휘감겨 무언가에 홀린 듯 서고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른 채, 그 공간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의 모든 ‘앎’과 마주한다.


교보문고에 가면 ‘교보문고’의 냄새가 난다. 요즘은 ‘교보문고 디퓨저’, ‘교보문고 룸 스프레이’가 나올 만큼, 교보문고는 향기 마케팅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우습지만 그 마케팅에 정말 완벽하게 낚인 1인이다. 그래서 밥 먹듯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보고, 책을 사온다.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 할 때면 반드시 교보문고를 이용한다. 영풍문고나 종로서적이 혹여나 가까이에 있더라도 절대 가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기 마니아다.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기는 유칼립투스 오일과 편백나무의 향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칼립투스는 코알라의 먹이로 잘 알려진 식품으로 항염이나, 항균 항산화에 효과가 있어 비누와 화장품 제조시에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편백나무의 효능은 많이 알려진 것처럼 피톤치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심신 안정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향기에 낚여 교보라는 대기업에 작은 보탬이 되고 있구나, 이 글을 쓰면서 새삼 깨닫는다.


물론, 이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의 상품들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2018년 5월에 한정판매 후, 2020년부터 상시판매를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4년 남짓이다. 나의 교보문고 사랑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부터 시작해 20년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이렇게나 오래토록 함께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마치 20년 동안 함께 한 것처럼 편안하고, 오래된 책에서 맡는 쾌쾌하고 묵은 냄새를 맡았을 때의 따뜻함을 향으로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향기는 책을 깨우고, 책은 향기를 품는다.” 라는 < The Scent of PAGE >는 교보문고 창립 이념을 기반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책읽기를 돕기 위해 만든 교보문고의 시그니처 향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살짝 바꿔 말하고 싶다. “향기는 공간을 깨우고, 책은 시간을 품는다” 라고. 내가 함께한 교보문고의 추억과 공간과 시간을 그려낼 순 없다. 하지만, 그 찰나의 기억을 향기속에 싣고 마음에 간직할 ‘추억’ 하나를 더해 갈 수는 있다. 그리고 그 ‘향기’를 마음에 아로 새겨 ‘향수’로 느껴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 을 장바구니에, 그리고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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