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요. 실제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어디선가 영감을 받아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이 창조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우리는 오마주와 패러디, 표절의 경계는 어디까지이고 그 경계를 넘어섰을 때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등 각 권한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그동안 무언가 만들어내고 이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허용 가능한 경계를 넘어서는 주체는 모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법적˙윤리적 기준은 모두 '사람'을 향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주체가 '사람'으로 한정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로 생성형AI라고도 불리는 초거대AI가 등장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 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무언가 만들어내는 주체가 과거'사람'에서 'AI'로 확장된 것이죠.
오늘은 여기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AI가 만들어내는 모방과 창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허용이 가능한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일반적으로 저작권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음악, 미술, 영상, 문학 크게 4가지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음악 (feat. Amper music)
얼마 전, 유명한 작곡가가 표절의혹으로 휘말리면서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곡의 표절의혹은 심심찮게 논란이 되었었는데요.
여러 작곡 AI중 Ecrett Music(에크렛뮤직)은 라이선스 문제 관련하여 로열티가 없는 음악 생성기가 함께 제공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작곡AI의 경우에는 에크렛뮤직처럼 로열티 없는 음악생성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따로 제공되지는 않고 있어요.
음악저작물 이용 표절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가락, 리듬, 화음의 3가지 요소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가 일반적인 기준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 곡의 유사성, 상업적 이용, 원곡의 창의성을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가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8마디를 기준으로 표절여부를 가름했다고 하는데, 교묘하게 피할 수 있어 조금 더 복합적으로 기준을 변경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사람이 만들어낸 곡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곡이 표절 판단기준을 따랐을 때, 표절에 해당하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할까요? 예를들어, 작곡 AI가 생성한 곡이 '이루마'작곡가의 곡 중, 어떤 곡과 상당 부분(가락, 리듬, 화음 등)이 유사하다면 AI가 표절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2. 미술(feat. Dall-E)
2021년 1월 5일 chatGPT를 런칭하기 약 10개월 전, openAI에서 Dall-E라는 이미지 생성AI를 선보였는데요. 몇 개의 사진을 업로드 하면 비슷한 이미지를 생성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이미지 파일 없이 텍스트로만 요청했을 때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Dall-E를 포함한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영상, 디자인 등의 결과에서 모방을 허용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예를 들어 '김환기 작가의 작품처럼 그려줘'라는 요청을 했을 때, AI는 1분도 되지 않은 시간동안 비슷한 화풍의 이미지를 수 없이 생성해낼텐데요. 해당 이미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또한 원작자의 저작권은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3. 영상(feat. Deepfake)
딥페이크라는 AI기술로 정치계의 인물이 실제로 연설하는 것처럼 만들어내어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는데요.
처음에는 실제 공인인줄 알았다가, 영상의 중후반쯤 전혀 다른 인물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AI가 만들어낸 가상이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실제로 이런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사별한 인물을 재현함으로써 사랑하는 이들과의 재회를 하는 등 선의로 활용됩니다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이면의 문제점 역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음란물을 생성하듯이요.
이처럼 AI가 무분별한 가짜뉴스 혹은 선정적인 음란물을 생성하니, AI가 발전 하지 못하게 해야할까요?
4. 문학(chatGPT, GPT4)
그간 이미지를 포함한 영상, 소리와 관련된 AI의 발전은 비교적 일찍이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발전 속도가 조금은 미진(?)한 Text분야 AI에 대해, (국내에서는)올해 초에 소개된 chatGPT로 누구나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자연어에 대한 AI기술발전이 급격한 성장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실제로 co-pilot, 부 조종사라는 개념으로 업무에서 보고서, 기획안, 네이밍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논문이나 소설을 생성하기도 하지요.
만약, 생성형AI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표절에 해당하는 문구가 있다면 AI에게 이에 대한 문책을 할 수 있을까요? 이는 비단 소설만이 아닙니다. 영화, 연극을 포함한 극 시나리오, 논문 등 text로 생성이 되는 모든 분야를 불문하고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 미술, 영상, 문학 각 분야에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표절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표절이라는 판단 결과가 나왔다면 AI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이쯤에서 저의 생각을 조심스레 나눈다면 '그 모든 결과물을 생성한 AI에게는 잘못이 없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o-pilot". AI가 무수히 생성해내는 것은 바로 이 '부 조종사'의 역할을 충실히 할 뿐입니다. 모방을 했든 표절을 했든 결국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인 것이지요.
즉, 허용되는 범주를 넘어선 모방, 표절의 책임은 AI가 아니라 그 결과물을 검증하지 않고 선택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을 기준으로 규정되었던 법률. 앞으로 AI와 관련하여 어떻게 재•개정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혹시 AI, 대화, CX, UX 등 어떤 주제든 다뤘으면 하는 분야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