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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롱 Oct 04. 2021

수줍은 고백, <동독에서 일주일을>

이제야 뒤늦게 소개할 용기가 생겨서...

10월 3일 오늘은 한국에서는 하늘이 열린 개천절. 공교롭게도 독일에서는 이 날이 쪼개졌던 땅이 하나로 합쳐진 통일의 날이다. 2년 전, 독일이 통일 30주년을 자축할 때 쯔음, 내 이름이 들어간 첫 책이 나왔다.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인데... 출판이라니, 작가라니. 감히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고, 능력과 노력보다는 어쩌다 보니 얻어걸린 행운인 것 같아 맘껏 자랑하지 못했다. 다섯 명이 의기투합하여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 <라이프치히 프로젝트>. 글은 열심히 썼다. 합평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하나 그렇게 쓴 글이 모여 출판으로 이어질 때는, 나 말고 다른 작가 한 분이 나서서 총대를 메셨다. 편집장님과 컨택을 하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뚝딱 써내고, 그 외 필요한 사진 및 자료를 정리하신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영광의 주인이라 생각했다.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던 나는 책을 손에 쥐고도 민망했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기만 한 것 같아서.  떠벌렸다가는 '주제에 무슨 출판이고, 작가래?'라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지레 겁먹고 자중하는 쪽을 택했다. 100% 내 실력과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도 아닌데 일희일비하지 말자, 나대지 말자, 겸손 또 겸손하자...


아마도 그 민망함을 조금이라도 벗어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글쓰기에 좀 더 진중한 애정을 쏟기 시작한 게. 올 초에 합류한 글쓰기 모임. 격주로 목요일마다 돌아오는 지난주 합평 시간이었다. 독일 생활을 소재로 쓴 내 글을 읽고, 한 글동무가 의아하다며 '구동독'이라는 표현을 짚었다. 자연스레 통일 후 30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구동독-구서독 간의 격차, 보이지 않지만 독일인 머릿속엔 견고한 장벽, 여전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밖에서는 이미 하나의 독일로 볼 지 몰라도, 독일은 아직도 통일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 통일은 장벽이 무너져버린 행복한 종착역이 아니라, 온갖 장애물을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하는 고생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 독일 오기 전에 내게 그랬듯, 함께하는 글동무들에게도 독일 통일 이야기는 생소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때 생각났다. '맞아, 우리가 이래서 라이프치히 프로젝트를 시작했었지. 통일 후 구동독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격주 마다 만나 글을 쓰고 토론을 했었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당시,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며 글을 쓰고, 한 편 한 편 완성된 글을 보며 뿌듯해했던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느라 독일어로 된 서적과 신문 기사를 뒤져가며 자료를 모으고, 관련 명소에 답사를 다니고, 인터뷰도 했다.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한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라이프치히 곳곳을 누비기도 했고. 도심 한가운데 있는 라이프치히대 중앙 도서관 지하 세미나실은 우리의 아지트. 글 한 편이 완성될 때마다 다섯이 달라붙어 치열하게 토론했다. 와중에 몇 날 며칠밤을 고생고생해서 쓴 글을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쓴 적도 종종 있었다. 내 첫 책 <동독에서 일주일을>. 결코 얻어걸린 운빨 덕분 만은 아니었다. 나도 가만히 앉아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자중, 조심, 겸손해하지만 말고 좀 더 자랑스러워할걸.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의 소식을 알릴걸... 그래도 되지 않았을까?


독일 통일의 날, 떠오르는 추억에 불끈 솟아난 용기를 더해 제 책 <동독에서 일주일을>을 소개합니다!


동서를 가르던 독일의 장벽이 무너져 다 사라진 것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그동안 듣지 못했던, 통일 후 구동독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통일 후 독일이 겪고 있는 변화를 통해, 통일 후 한국이 걷게 될 길을 가늠해 보고 싶으시다면,

독일 통일 주간, 이번 주에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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