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을 위하여!!!
때론 아주가 끔은 잊고 싶은 기억들이 있다.
의도적으로 잊으려 하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불쑥 떠올라 의도적으로 잊으려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럴 땐 아주가 끔은
조용한 음악에 기대어
기울어진 술잔에 기대어
쓰디쓴 술 한잔에 잊고 싶은 기억들을 마취시켜 버리고 싶어 진다.
오래전 최종면접 결과가 궁금해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을 때
잠시 기다리라는 그 말 한마디에 가슴 졸였던 그 순간도 잠시
아쉽지만 이번 기회에는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는 멘트로 무너졌던 가슴도
맘에 들지 않아 퇴사하고 재취업 기간 동안 태어난 둘째 아기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려 했던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도
야근에 찌들어 맥없이 지친 모습으로 들어와 아무 말없이 가방을
내동댕이치고 쌓인 스트레스를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예민하게 신경질 부렸던 미성숙한 자태도
오랜만에 걸려온 부모님에게 바쁜 척 퉁명스럽게 끊으라고 내질렀던
버르장머리도
기울어진 술잔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가는 그 쓰디쓴 빈속 소주 첫 잔에 차곡차곡 담아
휘발성 강한 알코올과 함께 기억 속에서 날려 보낸다.
기억의 마취가 아닌 기억의 상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