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공기
한파가 지나간 흔적과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어느 겨울 오후.
회사 건물 옥상 위에는 가지각색 표정의 직장인들이 오후 햇살의 따사로운 온기를 느끼기 위해 믹스커피 한잔과 함께 막간의 쉼을 찾아 삼삼오오 시차를 두고 모여든다.
대부분 그곳에선 악성루머를 포함 해 오차범위 ±5% 확률의 꽤 높은 업무 관련 정보들이 구름과 함께 떠 다니기 시작한다. 그곳은 구름 위 기류의 흐름을 파악해 남들보다 먼저 명당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현란한 혀놀림을 발휘해야만 하는 정치적인 혈전의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고 업무와 무관한 개인의 섬세한 생각과 감정들이 동료와 상사들의 의미심장한 표정과 숨소리에 함께 묻혀 담배 연기 속에 희석되어 허공으로 흩날리기도 한
명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뜬 구름과 섞여버린 기류들은 외주용역을 통해 임가공의 형태로 재 탄생하기 시작하며 전혀 새로운 신상품(Brand New Product)이 머지않아 구상품(Old Product)의 재고 대 방출과 혼합되어의 우리 곁에 폭포수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쉼(休)을 통해 살아 숨쉬기(호흡: 呼吸)를 원하는 공간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한증막(汗蒸幕)
이 되어버리곤 한다.
살아 숨 쉰다는 것이 각 자의 나름마다 정의와 의미가 틀리겠지만 하늘이 열려있는 공간에서 한 없이 허(虛)함을 느끼는 건 왜 일까?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철창 속에 갇혀버린 마음과 열려있지만 볼 수 없는 하늘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허(虛)함이라는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요함과의 만남, 가족과 자녀, 사랑에 대한 스토리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허(虛)와 실(實) 사이를 혼동하며 구름 위에서 표류할 것이고, 결국 본질을 망각한 채 생(生)을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병상에 누워 자녀에게 바빠서 들려주지 못한 수 많은 영웅전 속 전설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고 숨이 멎을 때까지 자랑할 지도
모른다.
마음속 허(虛)함을 넘어 따뜻함으로 충(充) 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지금 고개 들어 파란 하늘을 마음속에 허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