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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Feb 21. 2021

인증샷 천국: 멀라이언상- 에스플레네이드-헬릭스브릿지

부모님이 한국에서 오신다고 했을 때 난 이미 여행가이드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환갑잔치 대신 아들내미가 잘 사는 걸 확인하러 오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3~4일 내내 가이드가 되야 하기 때문이었다. 가이드가 잘 못하면 그 뒤에 여행자들은 뭣도 모르고 고생한다. 힘들게 어딘가 가서 잘못갔을 때 ‘이 산이 아닌가봐요.’ 라고 말하는 순간 난 푸념을 하시며 뒤에서 노려보실 부모님을 상상하니 내 뒤통수가 벌써 뜨거운 느낌이었다. 이모, 이모부까지 같이 오신다고 해서 더 부담이 되었다. 어디가 첫 여행코스로 좋을까 하다가 바로 이 코스로 잡았다.

      


1. 멀라이언상 

 싱가폴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멀라이언상이다. 멀라이언상은 싱가포르의 상징이다. 얼굴은 사자고 몸은 물고기인데 싱가폴의 신화속 동물을 상징한다. mer는 바다를 의미하고 lion은 사자다. 멀라이언상의 머리인 사자는 싱가폴의 오리지날 이름인 말레이어로 Singapura 즉, 라이온 city를 뜻한다. 멀라이언상은 싱가폴에 6개가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유명한 3개는 샌토사섬의 가장 큰 전망대 겸 멀라인상과 Faber산에 있는 것, 그리고 마리나에이에 있는 이것이다. 이 세 곳 모두 가볼 만한다. 


  멀라이언상은 반드시 사진찍어야 할 곳이지만 그 밖에도 멀라이언상 자체이 있는 위치 또한 멋지기 때문에 이곳을 가야한다. 그런데 멀라이언상만 가는건 그렇다. 멀라이언상도 보고 에스플레네이드를 지나 헬릭스브리지까지 가는 동선이 마리나베이주변을 보며 도심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그리고 마리나베이만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에 참 좋다. 약 1.37km 정도의 길이다. 사실 이 길을 가는데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왠만하면 굿샷이 나온다. 사실 이길만 걸어도 마리나베이 주변 관광지의 윤곽이 그려지기 때문에 좋다. 낮엔 뜨겁기 때문에 오전 9시 정도를 출발시간으로 잡았다.

 

   부모님, 이모부가 계신 호텔인 Ramada Singapore at Zhongshan Park에서 5인승 그랩을 불러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멀라이언상이 있는 멀라이언 파크다. 내려서 조금더 마리나만쪽으로 걸어가는 순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정면엔 마리나베이센즈와 샵스 오른쪽엔 에스플레네이드 내 뒤 오른쪽엔 경제 자유지구. 탁트인 전망에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멀라이언상에 도착하면 잴 먼저 할 일은 바로 자리를 잡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포즈에 비슷한 배경을 원하기 때문에 멀라인상의 바로 옆에 특히 멀라인상이 입에서 내 뿜는 물을 손으로 받거나 입으로 받아먹는 등의 싱가폴 전용 인증샷을 찍어야 하기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사람이 몰릴때는 핫플레이스에서 줄을 서기도 하고, 익스큐즈미를 연달아 말해가며 얼른 찍어야 했다. 서로 전혀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멀라이언상에서 입을 벌리고 손을 내미는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났다.


2. 에스플레네이드(Esplanade) -> 마칸수트라 호커센터

  이제 서서히 과일의 왕이라고 불릐우는 두리안을 닮은 에스플레네이드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기 위해선 에스플레네이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도보 전용 다리라 걷기 편안하고 걸어가면서도 계속 아름답게 마리나베이, 금융허브빌딩 등이 어우러지는 구도가 바뀌는게 아름답기 때문에 계속 사진을 찍게 되었다. 강과 바다 위를 걸어가기 때문에 가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에스플레네이드앞을 지나간다. 뾰족뾰족한 가시가 달린 고슴도치가 누워있는 듯한 이 건물은 가까이 갈수록 점점 그 큰 위용을 자랑한다. 두리안의 모양을 구현하기 위해 두 개의 둥근 뼈대에 7000개 이상의 삼각형 알루미늄을 표면에 덧씌웠다고 한다. 에스플레네이드는 싱가폴의 대표적 건축물로 내부는 사실 오페라하우스 및 극장이다. 두리안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고 했는데 두리안은 동남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대표적인 귀한 과일이다. 다른 과일에선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고소함과 상큼함이 일품이다. 그런 두리안을 디자인의 원형으로 삼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특유의 구린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리안을 갖고 버스를 타는 건 금지되어있고, 호텔에서도 금지품목인 경우가 많다.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는 처음엔 구설수가 있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정체성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지금은 이 멋진 모양을 지니기에 누구나 이 건물을 쉽게 잊지못한다.

출처: httpstheculturetrip.comasiasingaporearticleshistory-of-the-esplanade-in-60-seconds

 

   이 공간엔 콘서트, 무용, 연극 등 수백개의 공연이 1년 내내 펼쳐진다. 정말 멋진 일은 무료공연도 상당히 많다는 거다. 에스플레네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공연 스케쥴을 보면 ‘free admission’고 붙어있는 공연이 제법 있다. 예술에 관심있는 사람은 한번 찾아봐서 이 길을 지나다가 공연을 보길 권한다. 마리나샌즈를 배경으로 하는 노천극장에도 공연이 종종 펼쳐진다. 그리고 에스플레네이드 건물 내부에는 까페(반가운 우리나라의 더 커피빈 커피집), 빵집이 있다. 거기다가 건물1층의 바나 까페에선 저녁식사와 음주를 할 수 있다. 그것도 마리나베이센즈를 배경으로 앉아서. 걷다가 더우면 들어가서 쉬는 것도 좋다. 사실 이런 용도 아니면 에스플레네이드를 관광지로 갈 필요는 없다.

 

 에스플레네이드 노점에서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하나 빨고 걷다보면 마칸수트라 글루턴스베이 호커센터가 나온다. 그나마 마리나베이 주변에서 가장 싼 음식점이 여기가 아닌가 싶다. 호커센터는 여러 자판가게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푸드코트다. 그중에서도 마칸수트라는 <마칸수트라>라는 싱가폴의 잡지에서 선정된 유명한 곳만 선별되어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맛으로 인증받은 곳. 그리고 이곳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배경이다. 호커센터의 음식점 자리 중 마리나베이를 배경으로 먹을 수 있는 호커센터는 여기밖에 없다.

 

  간단히 목을 축일거면 빙수나 생과일음료를 먹고, 좀 배고프면 사태를 먹어도 된다. 내가 사먹은 음식중 나시고랭 미고랭도 맛있었다. 단 나는 여기서 밥을 먹는건 저녁때가 좋다. 이곳의 단점은 야외라 너무 덥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많아 자리잡기 어렵다는 것.  손님 순환이 빨라서 그런지 테이블이 지저분하다는 점이다.(솔직히 호커센터 테이블은 우리나라 음식점에 비교하면 안된다. 어느정도 지저분함을 감수해야 한다.)


3. 헬릭스브리지(Helix Bridge)  

  마칸수트라 글루턴베이를 관통하여 The Float@Marina를 뒤쪽으로 길따라서 걸어갔다. 더 플롯 마리나는 대형 공연을 보는 관람석이다. 여기서 연말 불꽃놀이, 싱가폴 독립기념일 행사 등이 열린다. 관람석이 끝날때즘엔 유스 올림픽 파크가 나온다. 이 공원을 가운데를 지나가면 헬릭스브리지를 마주하게 된다.

 

 헬릭스 브리지는 마리나베이 샵스랑 바로 연결되는 다리로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 DNA의 나선구조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밤에 걸으면 반짝거리는 조명과 특이한 철재 프레임 사이를 걸어가니 특이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백미는 바로 전경이다. 중간중간에 원형으로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 푸른 바다위에의 마리나베이샌즈, 아트사이언스센터와 플루턴베이 등을 배경으로 사진찍으면 정말 아름답다. 부모님이 여기서 오늘 사진을 제일 많이 찍으시고 좋아하셨다. 

 하지만 11시 정도 되니 이미 땀이 온몸을 덮는 듯해서 모두 지친듯했다. 헬릭스 브리지에서 바로 아트사이언스센터로 가도 되지만 일단 더위를 피해 에어콘이 나오는 마리나베이샵스로 들어가서 TWG냉차를 한잔 마셨다.(가격에 후덜덜했다.) 싱가폴에서는 이렇게 여행 중간중간에 에어컨 나오는 곳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에너지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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