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하버프론트 MRT(지하철)에서 내렸다. Vivocity 대형쇼핑몰로 바로 연결되는데 이때 하버프론트 케이블카 정거장으로 걸어간다. 은근히 케이블카 정거장까지 가는 길이 특이했다. 하버프론트 몰이 나온다. 그냥 일반 회사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느낌이다. 걸어가는 길 왼쪽에는 싱가폴 여객선 승강장쪽이 보인다. 인도네시아 쪽으로 가는 여객선 항구가 바로 여기기 때문이다. 오밀조밀하게 쇼핑몰 옆 국제선박승강장까지... 싱가폴 특유의 집약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버프론트 타워에 앨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그제서야 케이블카 승강장을 찾게 된다. 보통 케이블카승강장은 승강장만 있거나 관광지에 따로 설치 되지만 이건 마치 여의도 사무실이 있는 고층빌딩의 한층만 구멍뚫고 승강장으로 만든 느낌이다.
고층빌딩에 뚤려있는 구멍에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센토사 섬으로 출발하니 탁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멀리 떠있는 수십개의 컨테이너 선이 왜 싱가폴이 무역의 중심지인지를 잘 보여준다. 아주 멀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섬이 눈에 아득히 들어온다. 그리고 여러개의 여객선을 지나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롤러코스터, 멋진 호텔들, 물놀이시설인 어드벤쳐코브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놀이백화점 섬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인공과 자연이 골고루 잘 섞여있다.
케이블카가 센토사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바로 내리자 마자 장난감과 기념품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이 뭐 사달라고 하기전에 “저기 밖에좀 봐”라고 출구쪽을 가리키며 빠른 걷기로 이곳을 아이들이 대충 볼 수 있도록 몰아세우며 통과했다.
센토사 첫 번째 일정은 루지타기다. 이제 루지체험장은 우리나라에만 2곳이고 전세계에 20곳이 넘는 곳에 있다. 통영의 루지보다는 좀 짧지만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루지는 몇 안된다고 들었다. 루지는 바퀴달린 작은 차로 경사로를 따라 운전해서 내려가는 거다. 무동력카트를 12층 높이의 언덕에서 약 700m의 트랙을 타고 내려가는 코스다. 승차권을 지불했다. 내 머리에 맞는 헬멧을 골랐다. 총 4개 주니어, 청소년 어덜트 작은 것, 어덜트 큰 것을 고르는데 난 언제나 어덜트 큰거다. 그거라도 작을까봐 걱정이다. 딱맞는 헬멧을 장착하고 루지 탑승장으로 갔다.
중국계인, 인도계, 말레이계 안내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엔 어떻게 타는지 영어로 설명하다가 나중에 ‘아유 코리안?’ 질문에 예스라고 답해주니, 그때부터 운전방법을 한글말로 알려준다. ‘pull this stick’을 유창한 발음으로 ‘땡겨!’로 ‘put the stick back’을 ‘힘빼!’로. 한국사람이 많이 다녀갔구나하고 세삼 느껴졌다. 루지가 길을 따라서 주욱 미끄러져나간다. 급회전 구간에서는 약간 한쪽이 들리는 느낌이 들정도로 스릴과 속도감이 느껴졌다. ‘F=MA – 마찰력’의 공식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내가 제일 무거운 만큼 빨리 나갔고 그만큼 멈추기 어려웠다.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고불고불 코스마다 몸을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맡기며 죽죽 나가니 어느세 결승점이다. 좀 짧았고 뭔가 아쉬웠다. 이래서 2번씩 타는 구나 했다.
우리는 스카이라이드라고 불릐는 리프트를 타고 언덕을 따라 두 번째 루지를 타기 위해 탑승장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타고 난 루지가 골모양 길을 따라가더니 우리가 탄 리프트 끝부분 고리에 자동적으로 철컥 걸렸다. 그리고 리프트에 루지가 메달려 출발선을 향해 같이 올라갔다. 뒤를 돌아보니 바다와 해변 그리고 저멀리 수많은 바다위에 정박되어 있는 무역선들이 아득히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땐 꼭 뒤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