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에 커서가 깜빡일때, 막막함에 작은 숨을 쉬익 내쉰다.
'난 지금 글쓸 준비가 안된거 같은데?지금 내가 글쓸 준비가 굳이 안되어 있는데, 글감도 없는데 굳이 써야 돼?'
'글쓸 준비가 안됐으니 유튜브나 먼저 보자', '요즘 글감이 없으니 넷플릭스나 보자.'
내 생각의 지름길은 결국은 뻔하고 편한 행동으로 이어진다. 지름길은 늘 내리막길이다. 내리막은 편하다. 중력에내 몸을 맡기면 된다. 한번 내려가기 시작하면 가속이 붙어 다시 멈추기 어렵다. 회피를 위해 선택한 유튜브던 넷플리스던 그 내리막의 마지막 도착지는 공허함이다. 난 사실 즐긴게 아니야. 그들이 남긴 큐 싸인에 웃고 따라다니고, 남이 남긴 다른 흔적에 고개만 끄덕였을 뿐.
내리막이 시작되기 직전에 멈추는 방법은? 몸을 획 돌려 무작정 오르막 방향으로 일단 한발 디디는 것. 즉빈 커서에 한문장이라도 쓰는 것. 첫 문장쓰는 게 버겁듯 첫 걸음을 떼는 것은 고통이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오르기 시작하면 그 또한 올라가는 패턴이 생긴다. 내 팔 다리 근육이 팽창하여 새로운 리듬에 정착하기 시작한다. 숨이 가쁘다. 새로운 적응하기 시작한다. 이는 성취를 향한 작은 고통이 몰입으로 바뀌어나간다. 일정 패턴이 궤도에 오르는 순간 슬슬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주어진 길을 밟아나가는게 아니다. 내가 길을 만들며 걸어나가는 것. 내 잠재된 무의식과 기억으로 숲과 바위를 채워나간다. 배경은 열대우림이 될수도, 피톤치트 가득한 참나무 숲길일 수 있다.그 의견, 경험, 상상을 한발한발 디뎌 나감에 내 글은 점차 방향성을 갖게 된다. 구불구불 가든, 직진하든 그건 내 길이다. 정상에 다다랐으면 다시 그길을 이리저리 다녀본다. 중간중한 툭튀어 나온 거친 자갈을 뽑아내기도 한다. 길에 있는 울퉁불퉁 바위를 없애기도 한다. 진흙탕 흙길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한다. 일부러 예쁜 화초를 여기저기 심기도 한다.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왔다갔다 하며 청소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렇게 난 오르막글을 쓴다.
완성된 길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게 만드는 것에 대응된다. 내가 닦은 길을 다른 사람이 걷는 걸 보면 나는 흐믓하다. 내가 닦은 길을 내어줌으로 그들이 도움이 되거나 즐거워하는 걸 나도 즐긴다. 하지만 세상엔 하도 다른 길이 많아서, 나 또한 다른 길을 걸어 다니기에 바쁘다. 다른 데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길을 걷노라면 나의 길은 초라해보인다. 그래도 나만큼 나의 길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내 길을 닦아내는 능력은 얼마나 좋은 다른 길을 다녔는가와, 얼마나 길을 닦은 경험이 많은가에 달려있다. 오늘도 오르막글을 닦는다. 내리막길은 조금만......